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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소장의 업무를 소홀히 한다 라는 말이 명예훼손에 해당할까요?

202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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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소장의 업무를 소홀히 한다 라는 말이 명예훼손에 해당할까요?
'이야기로 풀어보는 솔로몬의 재판'

    00아파트 관리소장인 A씨는, 해당 아파트 입주민이자 XX오피스텔 관리소장인 B씨가 과다한 민원을 제기하여 아파트 관리업무에 지장을 주고 과태료까지 부과 받게 되자, B씨에 대해 알아보기 위하여 B씨가 근무하는 XX오피스텔의 세탁소에 찾아갔습니다.
    A씨는 세탁소 사장인 C씨와 대화하던 중 속상함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여기 관리소장인 B씨는 낮에 근무하면서 경매를 받으러 다니고, 구청에 사적으로 일보러 다닌다.”라며 관리소장이 업무를 소홀히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이후 대화를 계속하던 중 우연히 세탁소 사장인 C씨가 XX오피스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에 대하여 관리소장 B씨는 A씨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A씨의 발언은 B씨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할까요?
    * 「형법」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주장1.
     A씨 : 제가 화가 나서 B씨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B씨가 과도하게 민원을 제기하여 업무에 지장을 주고, 과태료까지 받게되는 상황이 억울하여 속상함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한 말일뿐입니다. 명예훼손이라니요. 억울합니다! 
주장2.
    B씨 : A씨가 한 말은 당연히 명예훼손에 해당합니다! A씨의 발언은 저의 사회적 가치와 평가를 저하시켰습니다. 더욱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한 말이 아니라 화가 났다는 이유에서 고의로 제 명예를 훼손시키기 위해 말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합니다. 



 
솔로몬의 평결
    정답은 1번.A씨 : 제가 화가 나서 B씨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B씨가 과도하게 민원을 제기하여 업무에 지장을 주고, 과태료까지 받게되는 상황이 억울하여 속상함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한 말일뿐입니다. 명예훼손이라니요. 억울합니다! 입니다.
    위 사례는 명예훼손이 성립하는지가 쟁점으로 판단기준인, 1)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존재하는지 여부 및 2)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자 하는 고의를 가지고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기 충분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인지 여부가 문제가 되는 사안입니다.
    (1)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해야 합니다.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는 사회통념을 기준으로 객관적인 평가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가치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다 해도 사회통념상 그로 인해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고 판단된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도6728 판결 참조).
    (2)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구성요소로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고의를 가지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됩니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도4200 판결 참조).
    유사판례에서 2심 재판(인천지방법원 2020노692 판결)에서는, A씨의 발언은 B씨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에 해당하고, 명예훼손의 고의도 인정되고, 더욱이 A씨의 발언의 주요한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유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와 B씨 그리고 XX오피스텔 세탁소 주인과의 관계, A씨의 발언의 표현 정도와 방법, A씨가 해당 발언을 하게 된 이유, 해당 발언의 의미와 전체적인 맥락 등을 살펴본다면, A씨의 발언의 주된 취지는 '피해자가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우고 사적인 일을 처리하는 등 관리소장의 업무를 소홀히 한다'라는 것으로서, 이 사건 발언이 B씨를 불쾌하게 할 내용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으나, 그를 넘어서 사회통념상 B씨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A씨의 발언의 내용과 그에 이르게 된 경위·동기 및 상황에 비추어 보면, A씨가 B씨의 명예를 훼손하고자 하는 고의를 가지고 이 사건 발언을 했다기보다는, B씨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위 세탁소를 방문하여 대화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세탁소 사장이 XX오피스텔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B씨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구청 등을 자주 방문해 과도하게 민원을 제기하여 아파트의 관리 업무를 방해하고 관리소장인 A씨에게 과태료까지 부과된 상황이 부당하고 억울하다'라는 취지의 주관적 심경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에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르면, 이 사례에서 A씨의 B씨에 관한 "관리소장의 업무를 소홀히 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은 사회통념상 B씨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단순히 억울한 본인의 주관적 심경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에 불과하므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평결일 : 2022년 9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