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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양념 르네상스 시대에 살다

2022-10-07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이제는 K-소스다!
치킨 양념 르네상스 시대에 살다
'손에 잡히는 트렌드'

 
    누군가는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깊고 화려한 치킨문화를 가진 나라'라고 표현했다. 한국에서 치킨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문화이다. 그런 치킨이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그들은 고추장, 간장 등 우리 전통식품의 환상적 배합으로 맛을 낸 양념에 탐미한다. 획기적 진화를 거듭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된 치킨 양념의 변천사를 살펴보았다. 
매콤달콤, 단짠단짠 매력의 치킨 양념
    지난해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한식 1위를 차지한 것은 '한국식 치킨'이었다. 치킨이 한식인가에 대한 설왕설래는 있었지만, 고추장, 간장, 마늘 등의 우리 전통 양념들의 황금 배합으로 이뤄낸 양념치킨이 최애 음식인 것은 확실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일본의 요리 트렌드에 한국식 양념치킨이 상위를 차지하면서 일본 식품회사들이 한국식 양념치킨 소스를 속속 출시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매콤달콤, 단짠단짠한 매력의 한국의 치킨 양념, K-소스는 치킨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다. 




 
우리 양념의 독창적 배합으로 만든 한국식 치킨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최초로 양념치킨을 만든 윤종계씨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치킨 전문점을 운영하던 그는 시간이 지나면 퍽퍽해지고 식감이 나빠지는 치킨을 맛있게 먹기 위해 양념치킨을 만들었다고 했다. 몇 개월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홍고추에 당근을 갈아서 고추장과 비슷한 질감을 만들고, 파, 마늘, 생강, 물엿, 참기름 등을 첨가하여 매콤, 고소, 달콤한 맛이 한데 어우러진 치킨을 탄생시켰다. 튀김 닭과 양념의 조화는 환상적이었고, 양념통닭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것이 1980년에 첫 선을 보인 양념치킨이다. 
    프라이드치킨은 기름져서 느끼한 맛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양념치킨은 느끼한 맛이 중화되고 감칠맛이 더해져 고기 맛을 더욱 좋게 만들었다. 양념은 치킨의 맛이 다양해지고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이 생기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1990년대에 프라이드와 양념으로 양분되던 치킨시장에 간장을 주재료로 새로운 양념치킨이 등장한다. 통마늘과 발효간장을 사용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간장양념 치킨을 개발한 것. 짭조름한 간장 맛에 달콤함이 어우러진 단짠단짠한 맛은 치킨을 국민 간식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간장양념 치킨은 기존의 양념치킨에 비해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간장 특유의 감칠맛과 먹을수록 중독성 있는 맛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다. 
특제 파우더와 특제 소스로 진화된 양념
    2000년대부터는 치킨전쟁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맛과 개성넘치는 메뉴로 무장한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이 생기면서 이전에는 경험할 수 없던 맛의 치킨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경기로부터 시작된 치맥문화는 '1인1닭(한 사람에 한 마리 치킨)', '오저치고(오늘 저녁은 치킨 GO?)', '당모치(당연히 모든 치킨은 옳다)'등의 신조어를 양산해낼 만큼, 치킨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즐기는 문화현상이 되었다.
    간장치킨 이후로 치킨의 유행은 파닭, 불닭, 오븐치킨으로 이어지면서 양념은 더욱 중요해졌다. 개개인의 취향이 존중되는 시대는 치킨에도 반영되어 누구의 입맛도 만족시킬 수 있는 양념의 다양한 변주가 시작됐다.
    조리방법에도 변화를 주어 튀긴 닭에 양념을 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꿀, 마늘, 치즈, 카레, 바질 등의 특제 파우더를 뿌리거나 묻혀 '시즈닝(seasoning)'하는 일명 '가루치킨'이 출시되었다. 가루치킨은 브랜드마다 개성이 살아 있어 마니아를 두텁게 형성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머스터드, 요구르트, 어니언, 스리라차 소스 등 수십여 가지의 특제 소스는 1닭을 N닭으로, 즉 한 마리의 닭을 여러가지 맛으로 즐길 수 있게 한다. 특제 파우더나 특제 소스로 겉은 바삭하고 촉은 촉촉한 일명 '겉바속촉' 치킨이 완성되어 수없이 많은 치킨 덕후를 양산해냈다. 



 
상상을 뛰어넘는 양념의 탄생
    치킨 양념은 유행하는 식품이나 맛에 영향받기도 하였다. 2014년 모 제과회사의 허니버터칩이 유행을 하면서 '꿀'을 주재료로 한 치킨 양념이 등장했다. 국내산 토종 벌꿀을 넣어 은은한 향과 달콤한 맛을 업그레이드하며 미각을 깨웠다. 여기에 버터와 마늘 등을 배합하여 고소하고 알싸한 맛이 나면서 마성의 맛을 품게 됐다. 정작 과자의 열풍은 사그라들었지만, 허니치킨은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지난 봄부터 이어진 로제소스의 유행은 로제치킨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로제는 본래 토마토소스에 생크림과 우유를 넣어 특유의 고소함이 살아 있는 파스타 재료지만, 고추장을 더한 일명, 'K-로제'는 매운맛이 부드러운 섬세한 양념이다. 서로 다른 향이 낯설지만 인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어떤 재료와도 좋은 궁합을 보이는 우리 양념의 가능성을 또 한 번 확인한 셈이다. 몇 년째 이어지는 민트초코(일명 '민초')의 열풍은 치킨시장에도 상륙하여 민초단의 열광케 했다. 한정판 민트초코 특제 소스는 이제껏 만나보지 못한 치킨의 세계를 열었다.
    그밖에도 중국 사천 지방의 향신료인 '마라'를 넣어 극강의 매운맛을 볼 수 있는 마라치킨, 우리 음식인 갈비양념을 더해 갈비맛이 나는 치킨은 한국인의 취저 치킨으로 낙점되어 인기 급상승 중이다.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인 치킨 양념의 무한 변신에 치부심이 차오른다. 
치킨 양념의 무한 변신은 계속된다
    치킨이 문화로 자리잡으며 점점 고급화되고 전문화되는 추세다.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 외에도 장인정신이 더해져 완성도 높은 요리를 보이는 치킨 맛집도 다수다, 이들은 매력 넘치는 맛의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해 우리의 전통 장류들과 신토불이 농산물들을 적극 사용한다. 이토록 다양하고 개성 있는 맛을 낼 수 있는 것은 우리 양념이 가진 잠재력 때문이 아닐까. 한계를 넘은 과감한 시도들이 치킨을 더욱 간절하게 만든다. 
    K-소스가 다음에는 어떤 기막히고 매력적인 맛으로 절대강자의 양념으로 등장할지 궁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