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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부근 도로의 무단횡단자를 발견하고 급정거했으나 무단횡단자가 다친 경우 운전자의 책임은?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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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부근 도로의 무단횡단자를 발견하고 급정거했으나 무단횡단자가 다친 경우 운전자의 책임은?
'이야기로 풀어보는 솔로몬의 재판'

    화창한 날씨에 기분이 좋은 트럭운전수 무사고씨,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지난 직후 그 근처 도로를 횡단하는 초등학생 나리양을 뒤늦게 발견하고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나리양은 넘어져 다쳤는데요. 나리양이 무단횡단을 한데다 놀라 넘어져 다친 것이니 교통사고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가버린 무사고씨. 과연 무사고씨는 이 사고에 책임이 있을까요? 
주장1.
    검사: 횡단보도가 아니었지만 무사고씨 트럭 급정거때문에 나리양이 다친 것은 사실 아닌가요? 날씨가 좋아서 시야가 가려진 것도 아니니 무사고씨가 천천히 운전을 하고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고, 직접 차로 친 것은 아니더라도 그 차가 서행하지 않고 급정거하는 바람에 나리양이 놀라 다쳤으니 무사고씨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주장2.
    무사고씨: 횡단보도가 바로 옆에 있는데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누가 예상할 수 있겠어요? 나리양을 발견하자마자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으니 제가 잘못한 것은 없지 않나요? 게다가 차에 치인 것도 아니고 정지하는 차 때문에 놀라 넘어져서 살짝 다친 것까지 제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과한 것 아닌가요? 



 
솔로몬의 평결
    정답은 1번.검사: 횡단보도가 아니었지만 무사고씨 트럭 급정거때문에 나리양이 다친 것은 사실 아닌가요? 날씨가 좋아서 시야가 가려진 것도 아니니 무사고씨가 천천히 운전을 하고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고, 직접 차로 친 것은 아니더라도 그 차가 서행하지 않고 급정거하는 바람에 나리양이 놀라 다쳤으니 무사고씨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입니다.

    위 사례는 1) 횡단보도가 옆에 있는데도 횡단보도가 아닌 근처의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보행자의 부상에도 운전자에게 책임이 있는지 여부와 2) 운전자의 트럭이 직접 보행자를 충격하지 않았더라도 운전자에게 책임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유사한 사례에서 원심은 1) 이 사고가 횡단보도 안에서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2) 피해자가 넘어지면서 다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차량이 피해자의 신체를 충격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피고인이 차량을 급정거함으로써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정도로 서행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3) 피고인이 주의를 다하였다면 피해자의 존재를 좀 더 일찍 인식하고 피해자가 넘어지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으므로 피고인이 사고 발생을 예견하거나 회피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22. 1. 13. 선고 2020노2839 판결 참고).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1) “「도로교통법」 제27조제5항은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지 아니한 도로를 횡단하고 있을 때에는 안전거리를 두고 일시정지하여 보행자가 안전하게 횡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자동차의 운전자는 횡단보행자용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경우에 그대로 진행하더라도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지 않거나 통행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횡단보도에 먼저 진입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차를 일시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보행자의 통행이 방해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20.12. 24. 선고 2020도8675 판결,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0도17724 판결 참조).
    2) 「도로교통법」 제10조제4항은 ‘보행자는 횡단보도 표시구역이 아닌 곳에서 차의 바로 앞이나 뒤로 횡단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모든 차의 운전자는 횡단보도 표시구역을 통과하면서 보행자가 횡단보도 노면표시가 없는 곳에서 갑자기 건너오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지 아니할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까지 예상하여 그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한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신뢰의 원칙은 상대방 교통관여자가 도로교통 관련 제반 법규를 지켜 자동차의 운행 또는 보행에 임하리라고 신뢰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적용이 배제된다(대법원 1985. 7. 9. 선고 85도833 판결,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4134 판결, 대법원 2010. 7. 29. 선고 2010도4078 판결 등 참조).
    이 사례에서 대법원은 “자동차의 운전자가 통상 예견되는 상황에 대비하여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교통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면, 비록 자동차가 보행자를 직접 충격한 것이 아니고 보행자가 자동차의 급정거에 놀라 도로에 넘어져 상해를 입은 경우라고 할지라도,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교통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도1401 판결).
    따라서 이 사례의 경우, 무사고씨로서는 횡단보행자용 신호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횡단보도 구간을 통과한 직후 그 부근에서 도로를 횡단하려는 보행자가 흔히 있을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발견한 즉시 안전하게 정차할 수 있도록 제한속도 아래로 속도를 더욱 줄여 서행하고 전방과 좌우를 면밀히 주시하여 안전하게 운전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무사고씨의 트럭이 나리양을 직접 충격하지 않았더라도 무사고씨가 횡단보도 부근에서 안전하게 서행하였더라면 사고 발생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무사고씨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사고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어 책임이 인정됩니다. (평결일 : 2023년 1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