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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주간지 K-공감
전통주 매력을 아직 모른다? 전통주갤러리로 오세요!
'서울 종로구 북촌에 위치한 ‘전통주갤러리’'

전통주는 올드하고 잘 모르겠다? 서울 종로구 북촌에 위치한 ‘전통주갤러리’를 찾는다면 이런 인식은 완전히 깨질 것이다. 오히려 다양하고 색다른 전통주의 매력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전통주갤러리는 한국 전통주의 맛과 멋,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설립한 전통주 소통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전통주 전시와 시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전통주 판매 및 컨설팅, 비즈니스 자문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전통주갤러리에선 매달 새로운 전통주를 시음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달의 시음주인 막걸리를 잔에 따르는 모습



전국의 전통주가 한자리에
전통주갤러리는 수도권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를 나와 130여m를 걸으면 만날 수 있다. 2015년 2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처음 문을 연 전통주갤러리는 1년 후 강남구 역삼동으로 이전했다가 2022년 8월 북촌에서 재개관을 했다. 지금의 공간은 ‘한식문화공간 이음’ 안에 자리 잡고 있다. 한식문화공간 이음은 한식과 전통주에 대한 전시와 체험, 홍보, 교육을 한자리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기존에 있던 ‘한식문화관’과 ‘식품명인체험홍보관’, ‘전통주갤러리’를 통합한 시설로 전통주의 매력은 물론 한식과 식품명인의 손맛을 함께 즐기기에 좋다.
한식문화공간 이음에 도착했다면 1층 안쪽에 위치한 전통주갤러리를 찾으면 된다. 2월 21일 찾은 전통주갤러리는 그야말로 수백 종의 전통주를 전시해놓은 갤러리 같았다. 전국의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탁주(막걸리)와 약주, 전통소주, 과실주 등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종류도 다르지만 병모양부터 크기, 라벨 디자인은 물론 술의 색까지 다르니 구경하는 재미가 넘쳤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전통주는 2000여 종에 달한다. 발품 팔 필요 없이 다양한 전통주를 한 번에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은 전통주갤러리가 유일하다.

전국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전통주를 전시·체험할 수 있는 전통주갤러리에선 전통주의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전통주갤러리에선 다양한 우리 술을 눈으로만 즐기는 게 아니라 혀로 즐길 수도 있다. 매주 화~일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시 정각 하루 7회(오후 3~4시는 외국인만 가능) 전통주 상설 시음 행사가 무료로 열린다. 매달 전문가 회의를 거쳐 새로운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이달의 시음주’를 선정해 시음할 기회를 준다.
시음 행사 참가 인원은 시간당 10명이다. 네이버 예약으로 8명, 현장신청으로 2명을 받는다. 경쟁이 꽤 치열한 편이라 시음 행사에 참가하려면 예약을 서두르는 게 좋다.
최근 외국인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오후 3시와 4시 시음 행사는 영어로 진행한다. 전통주갤러리 남선희 관장은 “예전에는 내국인 방문객이 많았지만 현재는 외국인이 40%에 달한다”고 말했다.
오감이 즐거운 전통주 체험
오후 2시에 시작하는 시음 행사에 직접 참여해봤다. 진행을 맡은 전통주 소믈리에가 먼저 이달의 주제와 시음주에 대해 안내했다. 2월의 주제는 ‘전통주의 뿌리라고 불리는 술’이다. 이달의 시음주는 금정산성막걸리와 궁중술왕주, 진양주, 송로주, 송화백일주 5종이다. 테이블 위에 이달의 시음주에 대한 정보(주종, 알코올 도수, 제조사, 특징)가 담긴 엽서 카드가 놓여 있어 참고하기 좋다.

전통주 시음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전통주 소믈리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시음에 앞서 각 술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금정산성막걸리는 부산 금정구 산성마을에서 생산되는 탁주로 500년 전통의 누룩과 전통 양조 방식 그대로 만들어 특유의 산미와 누룩향이 특징이다. 누룩을 발로 밟는 족타식으로 발효시키는 모습을 영상으로 감상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제는 금정산성막걸리를 맛볼 차례. 잔에 담긴 술을 들이켜자 시큼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입안을 채웠다. 이제껏 마시던 막걸리와 달리 산미가 강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산미가 있는 막걸리다 보니 기름에 튀겨내듯이 구운 부추전이나 김치전 또는 이런 산미를 끌어올릴 수 있는 새콤달콤한 도토리묵 무침, 두부김치와 페어링 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술과 함께 곁들일 음식 추천도 이어졌다.

左) 전통주 소믈리에가 시음 잔에 시음주를 따르는 모습을 찍고 있는 참가자
右) 시음 행사 참가자에게는 이달의 시음주를 그린 엽서를 나눠준다. 뒷면에는 시음주에 대한 간단한 정보와 설명이 쓰여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다음으로 시음한 궁중술왕주는 새콤달콤하며 은은한 약초 내음이 나는 약주다. 도수가 13도인데도 향과 맛이 부드럽고 달콤해서 목넘김이 좋다. 황금빛을 띠는 술의 색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감을 자극하는 전통주였다. 찹쌀로 빚은 진양주는 깔끔한 맛이 인상적인 약주다. 송로주는 이름처럼 아침 솔잎에 맺혀 있는 영롱한 이슬처럼 은은한 솔향과 깨끗한 맛이 좋았다.
시음주 참가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가장 좋았던 건 송화백일주였다. 스님이 수양을 위해 빚었다는 이 술은 38도의 고도주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향과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이었다. 한 참가자는 “위스키처럼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시기 좋은 술”이라고 했고 또 다른 참가자는 “처음 느껴지는 오미자 향부터 여러 향과 맛이 끝까지 은은하게 퍼지는 매력적인 술”이라고 평가했다.
이달의 시음주 중에 가장 맘에 드는 술을 정하고 각자의 소감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지막으로 시음 프로그램은 끝이 났다. 이날 시음한 술은 전통주갤러리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주말에는 양조장에서 직접 운영하는 체험 부스가 열린다. 술을 빚는 장인과 만나 질문도 하고 시음을 즐길 수 있다. 매달 한 번씩 술 빚기 체험 행사도 열린다.
남 관장은 “전통주에 대한 홍보가 아직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전통주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체험을 통한 홍보가 중요하고 효과적”이라고 했다. 또한 “전통주갤러리가 서울의 대표 관광지인 북촌에 위치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인천국제공항 같은 장소에 공간이 생겨 외국인들이 우리 술을 쉽게 접하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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