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국민의 19.2%를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입니다. 2025년부터는 65세 이상 연령층이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고령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근래 의학계의 가장 큰 화두는 노쇠(Frailty)인데요.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기능이 조금씩 감소하는 노화(aging)와 달리, 노쇠는 신체, 정신 기능의 급격한 저하로 일상적인 생활이 혼자서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노쇠하면 삶의 질이 저하되고 사망 위험이 높아지게 됩니다. 노쇠의 원인은 노화, 운동 부족, 영양 섭취 감소, 질환, 약물 복용, 사회적 고립 등 다양한데요, 최근 노인의학계에서는 구강 기능이 떨어지는 ‘구강 노쇠’가 고령 인구가 허약해지고 조기사망에 이르게 하는 연쇄적 노쇠 과정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구강 노쇠(구강 기능 저하증)이란?
삼키고, 씹고, 말하는 구강 기능은 전신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척도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구강 기능이 떨어진 구강 노쇠 상태가 되면, 잘 먹지 못해서 영양 부실이 오고, 잘 삼키지 못해서 음식물이 폐로 넘어가서 생기는 흡인성 폐렴 위험이 높아지며, 구강 염증이 전신으로 퍼져서 만성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잘 씹지 못하는 구강 노쇠는 인지 기능도 떨어뜨려 치매 발생도 높인다고 알려져 있고요. 처음 ‘구강 노쇠’라는 개념을 제시한 일본 동경대 카츠야 이이지마 교수에 따르면 구강 기능이 떨어진 노인들은 건강한 노인에 비해 전신 노쇠 비율은 2.4배, 근 감소증 2.2배, 장애 발생 2.3배, 사망률 2.2배 더 높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에 이미 우리나라보다 더 일찍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는 이러한 구강 노쇠를 의학적으로 ‘구강 기능 저하증’이라고 명명하고, 이를 찾아내고 진단하는 구강 기능 검진을 제도화했습니다. 2018년부터는 건강보험으로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구강 기능 검진은 7가지를 평가하는데요. 1. 구강 위생 상태 2. 구강 건조 3. 교합력 4. 입술과 혀 운동 기능 5. 혀의 압력 6. 씹기 능력 7. 삼킴 기능 평가를 해서 3개 이상에서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구강기능 저하증’으로 진단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한국 보건의료원, 대한노년치의학회 등이 모여 한국형 구강 노쇠 진단 기준에 대해 합의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저작기능, 교합력, 혀의 근력, 구강 건조, 삼킴 기능, 구강청결 상태를 평가하여 6항목 중 2항목 이상에서 기능 저하가 보이면 구강 노쇠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구강 노쇠를 예방하려면?
구강 노쇠는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합니다. 이미 기능이 떨어지고 나면 회복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입니다. ‘2080’ 아시나요? 치약 이름으로 유명하지만 ‘20개의 치아를 80세까지 건강하게’라는 뜻의 치과의사협회 슬로건입니다. 구강 노쇠를 일으키는 데 주요 원인이 씹는 능력의 감소이므로 젊을 때부터 건강한 자연치아를 잃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관리의 기본은 정확한 양치질을 통한 구강 위생 관리와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때 정확한 칫솔질은 치아의 모든 면을 칫솔뿐 아니라 치간 칫솔, 치실 등을 이용해 구석구석 놓치지 않고 닦아주는 것인데요. 대한구강보건협회가 제시한 ‘표준 잇몸 양치 법’에 따르면 칫솔을 연필 쥐듯이 가볍게 잡고 칫솔모 끝을 치아와 잇몸의 경계부인 잇몸 선을 향해 45도 각도로 밀착한 뒤 잇몸에서 치아 방향으로 손목을 돌리면서 쓸어 내리 듯이 양치하는 방식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 정기적으로 치과에 방문하여 제대로 닦이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고 치석제거나 잇몸 치료 등을 통해 관리를 해주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치아가 상실되었으면 그대로 두지 말고 적절한 보철물을 통해 씹는 능력을 회복시켜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여러 약물 복용 등으로 구강 건조증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치과에 방문에 불소도포를 시행하고, 타액 대체제 등을 처방받을 수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근력이 떨어지듯이 입 주변의 근력도 마찬가지인데요. 이에 최근 ‘구강 체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혀 스트레칭, 뺨 운동, 껌 씹기, 발음 훈련 등의 다양한 구강 체조를 통해 입 주변 근육의 힘을 길러주는 겁니다. 특히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혀’인데요. 혀는 근육 덩어리로 우리 입 주위 근육 중 가장 힘이 셉니다. 혀의 근력이 잘 유지되고 움직임이 좋으면, 침도 잘 나오고, 음식물 삼키고 발음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혀 운동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운동으로는 혀를 입안에서 뺨 족으로 세게 밀고 그 분위를 손가락으로 뺨 밖에서 같이 밀면, 혀와 손가락이 서로 맞서 힘주기를 통해 혀 근육을 단련시킬 수 있습니다. 그 외 간단하게 혀를 입술 밖으로 최대한 쭉 빼서 위, 아래, 옆으로 돌리는 운동도 좋고, 입에 물 한 모금을 물고 뺨을 불렸다 오므렸다 하거나 물을 입에 머금고 하늘을 보고 입을 벌려서 “아르르~” 가글 하듯이 소리를 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음식을 꼭꼭 씹어 먹는 것 역시 중요한데요. 20번 이상 꼭꼭 씹어서 삼키고, 양쪽으로 번갈아가면서 씹고, 껌 씹기 등으로 저작 기능이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는 4명 중 1명이 노인이 됩니다. 하지만 노인이라고 다 같지 않습니다. 일상생활을 혼자서 할 수 없는 ‘노쇠’한 상태가 되지 않으면 됩니다. 그 시작은 바로 잘 씹고, 잘 삼키고, 잘 말하는 구강 건강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EDITOR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