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탈구, 정작 본인에게는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틀림없이 친구들 중 몇 명은 한 번쯤 어깨 탈구를 겪어봤을 겁니다. 근데 이 어깨 탈구의 종류가 여러 가지고, 그 치료법 또한 매우 다양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일 텐데요. 많은 분들이 ‘어깨탈구’는 한 종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방 또는 후방으로 빠지는 정도는 구분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깨 탈구라는 것이 단순히 앞뒤 방향에 의한 것이 아니라 ‘탈구의 종류’ 자체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보통 어깨 탈구는 크게 넘어지거나 외상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외상 이외에도, 아주 작은 충격 또는 움직임만으로도 탈구가 되는 ‘비외상성 탈구’가 존재한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통 이 ‘비외상성 탈구’는 선천적으로 어깨가 느슨할 때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가끔 유튜브 보면 어깨를 마음대로 탈구시켜서 연체동물처럼 팔이 돌아간 후 다시 스스로 어깨를 정복하는 ‘기인’들의 영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이 바로 ‘비외상성 탈구’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외상성 탈구에 대해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외상성 탈구는 대부분 전방으로 일어나고, 간혹 후방 탈구도 있습니다. 어깨를 세게 돌리거나 하는 정도가 아니라, 세게 넘어질 때 손으로 짚으며 넘어지거나, 어깨가 큰 충격에 의해 꺾여버린다거나 할 때 일어나는 탈구를 말합니다.
보통은 전방탈구가 대부분이고 간혹 후방탈구도 일어납니다. 탈구되면서 가장 흔하게 손상을 일으키는 구조물은 ‘관절와순’입니다.
보통 외상성 어깨 탈구는 이 관절와순을 파열시키면서 탈구가 됩니다. 이 관절와순이란 구조물은 어깨관절 중에서도 몸쪽 관절구조물인 ‘관절와(glenoid)’를 둘러싸면서 상완골두와 ‘전하방인대’로 연결됩니다. 관절와순이 파열되면 이 전하방인대가 긴장도를 잃고 느슨해지게 되면서 ‘재발성 탈구’로 진행하게 됩니다. 수술은 결국 이 재발성 탈구가 발생하거나, 재발성 탈구가 강하게 예상될 때만 하게 됩니다. 재발성 탈구가 강력히 의심되는 경우는 비록 생에 첫 탈구라 하더라도 20대 초반 이전에 탈구된 경우를 말합니다. 재발성 탈구는, 첫 탈구가 몇 세에 일어났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보통 22세 이전의 탈구는 재발성으로 진행할 확률이 72%까지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30세 이상에서의 첫 탈구가 재발성으로 진행할 확률은 27% 수준으로까지 떨어집니다. 결국 첫 탈구의 나이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보통 10대에서의 탈구, 또는 이미 재발성으로 진행한 어깨 탈구라면, 수술해주는 것이 재발을 막는 방법입니다. 수술이 필요한 이유는 어깨가 지속적으로 탈구 될 때, 첫째, 환자의 불편함과 통증의 발생. 둘째, 어깨 조기 관절염의 발생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가장 일반적이고 널리 알려진 수술은 파열된 관절와순을 정상위치로 복원하면서, 어깨 전하방 인대의 긴장도를 원래대로 높여주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탈구가 반복되는 경우 관절와 전방의 뼈가 조금씩 닳아 없어지게 되는데, 이런 경우는 아무리 관절와순을 꿰매주더라도, 다시 어깨가 탈구됩니다. 이런 경우는 뼈이식을 통한 수술인 ‘라타젯’ 수술이 필요합니다.
좌측 그림처럼 관절와의 앞쪽 뼈가 조금 결손된 경우는 뼈이식이 필요없으나, 우측같이 결손이 큰 경우는 뼈이식이 필요합니다. 뼈이식을 한 라타젯 수술의 경우 위 그림과 같습니다.
많은 병원들에서 전방 뼈의 결손을 간과한 채 관절와순만을 수술하다가, 결국 수술 후 재탈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라타젯(Latarjet)이라는 수술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는 매우 보편화된 수술입니다. 이들이 대규모의 환자들을 수술하면서 발표한 연구를 보면 재탈구율은 2~5% 정도로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관절와순 파열 수술 수 재탈구율인 10~30%에 비해 월등히 적은 수치입니다. 필자의 경우 154례의 라타젯 수술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때 재탈구율은 0%였습니다. 그러나 1,000명이 넘는 유럽데이터에서 나온 결과인 2~5%의 재탈구율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성적이 좋은 수술일지라도, 관절와의 전방뼈의 결손이 없고, 관절와순만 파열된 탈구라면, 관절경을 이용한 관절와순 복원술이 추천됩니다. 수술 자체가 흉터도 적을 뿐만 아니라 원래의 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너무 편하고,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라타젯 수술은 다른 곳의 뼈를 잘라서 이식하는 큰 수술인 만큼, 첫 탈구 수술로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어깨 탈구에 대한 수술은 이 외에도 세계적으로 검증된 방법만도 5~6가지 정도가 더 있습니다. 탈구의 정도와 현 상황에 따라 수술여부가 결정되고, 수술하더라도 다양한 방법 중 어떤 방법이 가장 환자에게 유리한지 판단해서, 그에 맞는 수술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깨 탈구 발생 시 응급실에서 정복 후 그냥 넘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반드시 어깨 전문의를 찾아서 현 상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듣고, 그에 맞는 계획을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겠습니다.
EDITOR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