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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아이들 10명 중 1명은 ‘소아 야뇨증’

2023-01-27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 이야기 (어린이/청소년)
우리나라 아이들 10명 중 1명은 ‘소아 야뇨증’
' 아이가 자책감을 가지거나, 부모가 아이를 나무라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

    소아 야뇨증은 밤에 자다가 이불에 오줌을 싸는 질환을 말합니다. ‘밤에 오줌을 싸면 야뇨증’으로 무척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는 질환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진단에 있어서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먼저 나이입니다.
    누구라도 갓난아이가 밤에 기저귀에 오줌 싸는 것은 정상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20살이 돼서도 밤에 싸는 것은 비정상이겠죠? 그럼 밤에 실수를 해도 몇 살까지를 정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나라와 문화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일반적으로 만 5세 이상에서 오줌을 쌀 때를 야뇨증이라고 정의합니다. 
두 번째는 횟수입니다.
    1년에 한 번 정도 실수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경우 종종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싸는 것은 문제가 되겠죠. 그럼 또 한 달에 몇 번 정도를 치료 기준으로 잡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국제 소아 요실금학회(International Children’s Continence Society; ICCS)에서는 유병률을 추산하기 위한 정의로 1개월에 1회 이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만 5세 이상의 어린이가 1달에 한 번 이상 밤에 오줌을 싼다면 야뇨증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조사하였을 때, 우리나라의 소아 야뇨증의 유병률은 초등학생 중 남아 11%, 여아 7%였습니다. 대략 10명 중 1명 정도가 야뇨증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야뇨증이 많은데, 많은 어린이들이 치료를 잘 받지 않고, 흔히 커서는 다 낫는다고 해서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야뇨증은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아도, 나이에 따라 점차 호전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스스로 야뇨증에 대해 창피해하고, 부모로부터 꾸중을 들으면서 자존감이 많이 감소하게 될 수 있습니다. 또 여행을 가거나, 친구 집에서 자고 오는 일도 힘들어집니다. 정상 환아보다 야뇨증 환아가 우울감이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5살 이상의 나이가 되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환아가 자존감을 지니고, 건강한 사회성을 유지하는 데에 매우 중요합니다. 



 
야뇨증은 또 일차성 야뇨증과 이차성 야뇨증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태어나서 현재까지 야뇨증이 지속되고 있는 일차성 야뇨증과, 6개월 이상 야뇨증이 없었다가 다시 증상이 생긴 이차성 야뇨증으로 분류합니다. 이차성 야뇨증에서는 스트레스나, 가정환경 등 야뇨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외부에서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 정신적, 환경적 병력 파악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동생이 생기고 나서 갑자기 아이가 안 싸던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면, 이차성 야뇨증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단순한 약물 치료보다는, 외부환경 개선이나 정신적 안정을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 태어나서 계속 오줌을 싸는 일차성 야뇨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요?
    야뇨증은 크게 3가지 이유로 생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야간에 소변이 많이 만들어지는 야간 다뇨입니다.
    정상 아동은 밤에 잘 때 뇌에서 항이뇨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이 호르몬에 의해 밤에 소변량이 줄어들어서 낮에 비해 소변량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기 때문에 야뇨증이나 야간뇨 없이 아침까지 잘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야뇨증 환아에서는 밤에 항이뇨호르몬의 분비가 잘되지 않아 밤에 소변이 많이 만들어져 야뇨증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야간 다뇨증은 야뇨증 원인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이럴 때 치료는 부족한 항이뇨호르몬을 보충해 주는 것입니다. 데스모프레신이라는 항이뇨호르몬을 자기 전에 복용하게 되면, 야간에 소변량이 줄어서 야뇨증이 호전됩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밤에 소변이 한 방울도 안 생기면 오줌 쌀 일도 없어지겠죠?
    두 번째 이유는 밤에 방광이 잘 늘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통 자게 되면 방광도 느슨하게 이완되어 방광이 낮보다 커지게 됩니다. 이러면 자는 동안 소변이 만들어져도 방광이 여유 있게 소변을 저장할 수 있어서 밤 동안 저장한 소변을 아침에 일어나서 보게 됩니다. 그러나 야뇨증이 있는 환아의 방광은 밤에 잘 늘어나지 않거나, 오히려 간혹 수축을 해서 오줌이 바깥으로 새는 증상이 생깁니다. 이런 경우에는 방광 안정제를 같이 사용하여 치료합니다.
    마지막으로, 자는 동안 뇌의 활동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흔히 야뇨증 환아가 너무 잠을 깊게 자기 때문에 일어나지 못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머님들이 흔히, ‘얘는 오줌 쌀 때도 꼼짝하지 않고 자고, 깨워도 일어나지 못해요.’라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야뇨증 환아의 방광은 야간에 너무 활동이 많아서 자는 동안 쉬지 않고 뇌에 자극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만성 자극으로 인해 뇌의 각성 중추가 쉽게 피로해져서 잠에서 깨는 역치 값(threshold)이 높아져 정작 야뇨 증세가 있을 때 각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뇌가 깊이 숙면을 취한다기보다는, 피곤해서 일어날 수가 없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이런 수면장애의 치료로는 야뇨 경보기가 있습니다. 야뇨 경보기는 센서를 속옷에 부착한 후 속옷이 젖으면 경보음을 울려 환아를 깨우는 장치로 대표적인 행동요법으로, 가족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야뇨증은 생활 습관의 개선도 중요합니다.
    낮에는 규칙적으로 소변을 보고, 취침 전과 기상 후 소변을 보는 습관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저녁시간에는 물을 줄이고, 짜지 않게 먹고 반대로 낮에는 자유롭게 수분을 섭취하도록 합니다. 특히 변비가 있으면 야뇨증이 잘 낫지 않으므로 잘 치료해야 합니다. 취침 중에 깨워서 소변을 보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다지 치료 효과가 크지 않으므로, 아이가 잘 못 자는 경우에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야뇨증은 보호자나 아이의 잘못이 아님을 잘 이해하여야 합니다. 사실 야뇨증은 유전의 영향이 뚜렷하여 야뇨증이 있는 아이의 20-40%의 아버지, 20-25%의 어머니에서 가족력이 발견됩니다. 또 가족력이 없어도 10명 중 한 명에게 있는 흔한 질환이기 때문에 아이가 너무 자책감을 가지거나, 부모가 아이를 나무라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