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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은 반드시 좋은 걸까?

2022-12-09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 이야기 (성인/노인)
멀티태스킹은 반드시 좋은 걸까?
'멀티태스킹을 무리하게 하다 보면 피로로 인해 인지 기능이 저하되기도..'

    2022년 현재는 한 가지 일을 잘 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게 여기는 풍조가 있죠. 우리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할 때 그것이 점차 익숙해지면 여유가 생기고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이 기본으로 설정되면 우리 뇌는 그만큼 피곤해지고, 뇌의 공회전 비율이 높아지면서 효율성도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은 생활 속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러닝머신에서 달리며 음악을 듣는다거나, 밥을 먹으면서 유튜브를 보거나, 공부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 말입니다. 여기서 확장되면 친구와 대화하면서 게임을 하고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여자친구와 드라마를 보면서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며 스마트폰으로 다른 친구에게 카톡을 보냅니다. 이렇게 시간을 꽉 채워 써야만 효율적인 사람으로, 뿌듯하게 시간을 잘 썼다고 여기는 트렌드가 있는데, 과연 이게 옳은 것일까요?
    뇌의 소모도, 피로로 인한 번아웃,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볼 때 과연 멀티태스킹이 모든 사람에게 효율적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여 우리의 뇌가 작업 명령 수행에 익숙해질 무렵 생기는 시간의 여유는 또 다른 행동의 수행이 아닌 여분의 생각을 하는 데 쓰여야 합니다. 직장인의 업무 처리 방식에 관한 여러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가 으레 효율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멀티태스킹이 오히려 업무 효율과 집중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근무할 때 사내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으로 메신저 대화를 나누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원래 하던 일에 대해 그 이상의 창조적인 플러스알파의 발전을 위해서는 여백이 꼭 필요합니다. 그 공간을 통해 발전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릴 명상이나 공상, 몰입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멀티태스킹이 아니라 온전히 깊게 집중하는 딥 워크(Deep Work)와 몰입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L. Friedman)은 그의 저서 『늦어서 고마워(Thank You for Being Late)』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일시정지를 누르면 기계는 멈추지만, 사람은 그때서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하는 과정에서의 휴식은 단순한 멈춤이 아니라, 기계적 사고에서 창조적 사고로의 전환, 즉 모드 변환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한 가지 일을 오랜 시기에 걸쳐 반복하다 보면 지루해지는 때가 오고, 다른 일을 동시에 해보고 싶은 특이점이 옵니다. 이때 서너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되면 언뜻 자신이 아주 효율적이고 능력 있는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근무 중에 짬짬이 여자친구와 메신저로 얘기를 주고받으며 저녁에 볼 영화의 티켓을 예매하고, 식당을 예약하고, 은행 앱으로 송금하며, 주식창을 띄워놓고 투자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 처리 방식은 언젠가 문제를 초래합니다. 메시지를 엉뚱한 사람에게 잘못 보낸다거나, 잘못된 금액을 송금한다거나, 어이없는 주식 주문 실수로 돈을 벌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생깁니다.
    집중력은 서너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면 분산될 뿐 높아지지 않습니다. 멀티태스킹이 아니라 제로태스킹이 되는 것이죠. 번아웃이 왔거나, 자신이 평소보다 에너지, 체력, 인지 능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느낀다면 동시에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면 더욱더 말입니다. 
    오랜 시간 집중하려면 ‘집중-휴식-집중-휴식’의 사이클을 지켜야 가능한데, 멀티태스킹을 무리하게 하다 보면 피로로 인해 인지 기능이 저하되어 작업 기억력(working memory)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작업 기억력이란 정보를 기억하고 저장하며, 다시 불러오는 능력을 말합니다. 또 기억된 정보 가운데 어떤 것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매겨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꺼내 쓸 수 있는 능력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작업 기억력이 높고 원활할ㅤ때는 더 많은 과제를 효율적으로 중요한 순서대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조건이나 환경에서도 문제 해결 능력이 높아지는 것이죠.
    작업 기억력은 불안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요. 쉽게 말하자면 쫓기고 불안한 상태에서는 작업 기억력이 저하된다는 뜻입니다. 어느 정도 생각할 시간, 한숨 돌려서 머릿속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휴식이 전제되어야만 제대로 기억력이 활성화됩니다. 상사가 당장 일을 끝내라며 압박하는 경우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불안하고 여유가 없기에 작업 기억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런 경우 우리 몸은 자동화된 루틴, 즉 조건 반사나 무조건 반사처럼 이미 학습된 인지 능력만을 제한적으로 발휘하기 때문에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작업 기억력은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무리하게 멀티태스킹을 시도하면 뇌 기능이 평소보다 단순해지고 비효율적이게 됩니다.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단순한 기계처럼 작동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심신의 균형이 깨지면 결국 한 가지 일도 제대로 해낼 수 없게 됩니다.
    무리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짊어지려고 할 게 아니라, 한 번에 하나씩, 실수 없이 차분하고 집중력 있게 완수하는 딥 싱킹(deep thinking)의 습관을 길러보는 것을 권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