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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 약(藥)이 되는 양념

2022-09-05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양념, 잘 먹다
우리 몸에 약(藥)이 되는 양념
'똑똑한 양념 소비가 필요하다'

    '약식동원(藥食同源), 약과 음식은 그 근본이 같다.' 음식의 맛과 질을 결정하는 양념에도 예외가 아니다. 제대로 잘 만들어진 양념은 약이 될 수 있다. 음식의 가치를 높이고, 건강을 지켜주는 양념 소비에 대해 알아본다. 
음식의 질을 좌우하는 양념
    음식이란 고기, 생선, 채소, 과일, 곡식 등 주재료에 간장, 소금, 설탕, 식초, 기름, 고춧가루, 된장, 고추장 같이 양념이 버무려져 지지고, 볶고, 데치고, 삶고, 무치는 조리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여기서 주재료가 음식의 몸통이라면 음식 속에 녹아 있는 다양한 양념들은 음식의 혈액이라고 할 수 있다. 혈액이 깨끗해야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고, 혈액이 탁해지거나 오염되면 없던 병도 생기게 마련이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혈액 역할을 하는 양념에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비싸고 질 좋은 유기농 식재료를 쓴다 하더라도 건강에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식재료의 가치를 떨어뜨림은 물론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 이렇듯 양념은 음식에 있어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요소다.



 
부족한 영양을 채워주는 '약'이 되는 양념
    양념의 한자는 '藥念(약념)'이다. 약처럼 생각하고 음식에 첨가해서 먹으라는 의미다. 1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인간은 식물의 재배와 동물의 사육을 통하여 식량을 얻기 시작했고 그 덕택에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재배식과 사육식으로 얻는 식재료는 땅과 식물 사이에 미네랄 순환이 완벽히 안 되기 때문에 야생의 식재료를 먹을 때보다 비타민, 미네랄, 효소, 기타 파이토케미칼 같은 부영양소의 결핍이 따랐다. 이 때문에 초기 농경인들은 키도 작고 뼈도 약했으며 평균 수명도 길지 않았다는 것이 고고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이 부영양소의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음식을 먹고 배설한 인간과 동물의 똥, 오줌을 받에 뿌리기 시작하며 거름과 퇴비의 개념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생의 것보다는 아무래도 부영양소가 결핍될 수 밖에 없었고, 양념은 이렇게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기 위해 탄생했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대부분의 양념은 발효의 산물이다. 된장, 간장, 식초뿐만 아니라 서양의 엔초비 같은 젓갈류의 양념들도 발효 과정을 거친 양념이다. 발효를 거치면 원재료보다 비타민, 미네랄 등의 부영양소가 훨씬 증가하기 때문에 재배식과 사육식을 할 수 밖에 없는 농경시대 이후에는 음식에 양념을 약처럼 생각하고 첨가해서 먹는 것이 필수 요소가 되었다. 그래서 양념을 '약념(藥念)'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음식의 질은 떨어뜨리고 건강을 위협하기도
    그러나 오늘날의 양념이 과연 약이 되기만 하는 걸까? 약처럼 생각하고 먹어야 하는 양념이 그저 음식 맛을 풍부하고 다양하게 하기 위해서 또는, 장기 보관을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재배한 채소, 염산에 콩을 분해해서 만드는 산분해 간장, 식용유에 참깨향만 입혀 만든 맛기름, 톱밥에 색소를 입혀 만든 가짜 고춧가루, 합성조미료를 듬뿍 넣은 새우젓 등 양념이 오히려 음식의 질을 떨어뜨리고 건강을 위협한다. 시판용 양념중에는 품질이 낮은 원료를 사용하고, 발효와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은 단순 혼합물인 경우도 많다. 이런 차이를 메우기 위해 화학조미료, 색소, 방부제가 추가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흔희 고추장이 듬뿍 든 떡볶이나 낚지볶음 등을 먹고 속이 쓰리고 불편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약과 같은 고추장은 좀 과하게 먹더라도 절대 위에 자극적이거나 속 불편을 일으키지 않는다. 영양이 온전하게 들어 있는 양념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양념 소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전통적인 고추장은 잘 말린 태양초 고춧가루에 메줏가루와 찹쌀가구, 천일염을 넣고 엿기름으로 반죽한 다음 숨 쉬는 옹기에서 충분한 발효와 숙성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고추장은 그 자체가 천연 소화제 역할을 한다. 엿기름의 천연 아밀라아제가 탄수화물 소화를 돕고 메줏가루의 프로테아제는 단백질 소화를 돕기 때문이다. 면역력 증진과 지방 분해 효과가 있는 고추의 캡사이신은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그 기능이 더욱 높아진다. 제대로 된 고추장만 써도 이렇게 약이 되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그뿐인가. 옛날 시골에서 배앓이를 하면 간장 한 스푼을 물에 타서 마시면 어지간한 복통은 씻은 듯이 나았고, 된장이나 꿀을 바르면 어지간한 상처는 아물었다. 이때의 간장, 된장, 벌꿀은 오늘날 대량 생산되는 제품들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잘 발효되고 만들어진 양념들은 그 자체가 해독제이고 소염제이며 진통제이자 영양제이고 보약이다.
    그렇다면 똑똑한 양념 소비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열쇠일것이다. 고기, 생선, 채소, 과일과 같은 주재료를 평범한 수준의 상품을 구입했더라도, 양념만큼은 요모조모 따져가며 품질 좋은 상품을 구입하길 권한다. 부족한 영양소를 품질 좋은 양념이 보완해 주거나 더 높여줄 것이다. 물론 재배과정에서 발생하는 잔류 농약과 같은 부정적인 요소들도 품질 좋은 양념이 중화·해독시켜줄 수 있다.
    건강한 양념 소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