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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약 받을 때 커피, 술 먹지 말라고 하는데 왜 그럴까?

2022-08-12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 이야기 (성인/노인)
약국에서 약 받을 때 커피, 술 먹지 말라고 하는데 왜 그럴까?
'커피와 술은 꼭 피해야할까?'

     “김하나(가명)님, 약 드실 때 술 드시면 안 돼요.”
     “네? 술 먹으면 안 돼요? 약속 있는데… 그럼 약을 안 먹어야 하나?” 
     “김두리(가명)님, 약 드시는 기간 동안 커피 등 카페인 드시면 안 됩니다.”
     “네? 안 되는데… 아침하고 점심에는 꼭 한잔씩 마셔야 하는데……” 
     약국에서 약을 드리다 보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입니다. 술과 커피, 즉 알코올과 카페인은 이제 우리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약물인데요. 우리는 어느 정도나 복용하고 있을까요?
     먼저 알코올을 살펴볼게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5세 이상 순수 알코올 소비량은 8.3L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는 20도 소주 360ml 115.2병, 5도 맥주 500ml 332캔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즉, 하루에 맥주 500ml 한 캔은 먹고 있다고 봐도 되겠네요.
     커피 섭취량은 보다 많은데요. 현대 경제 연구원에 따르면 20세 이상 인구 기준으로 2018년 한 해 동안 353잔의 커피를 먹었다고 합니다(원두 10g을 한 잔으로 환산). 거의 하루에 한 잔 커피를 먹었다는 계산이 되는데요. ‘박카스’나 ‘핫식스’ 등 카페인 함유 에너지 드링크까지 포함한다면 한국 사람들은 정말 많은 양의 카페인을 복용 중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약국에서 약을 받을 때 많이 듣는 말, 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말
     사람들과 만나면 빠질 수 없는 ‘술 한잔’의 즐거움, 피곤하거나 지쳤을 때 먹어주는 ‘커피 한잔’이 주는 여유를 놓치고 싶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알코올과 카페인을 먹을 수 없다고 하다니, 이보다 청천벽력 같은 말은 없겠죠. 복약지도나 상담을 할 때 커피와 술을 먹지 말라고 하면 많은 환자들이 난감해하기도 하고, 아예 약을 안 먹겠다고 선포하기도 합니다.
     그럼 왜 약사들은 약을 주면서 환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두 가지 약물’에 주의를 주는 것일까요?
     저는 오늘 작용 기전과 흡수, 대사 등의 관점에서 카페인과 알코올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 안에 정답이 있지 않을까요? 
커피는 꼭 피해야 할까?
     먼저 커피를 살펴보도록 하죠.
     커피 안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가장 큰 문제가 되죠. 카페인은 복용하면 45분 만에 99%로 흡수되며 위장에서 흡수되기 때문에 매우 빠른 효과가 나타납니다. 카페인의 효과는 중추 및 말초 흥분작용과 위장관 작용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각성작용으로 대표되는 중추 흥분효과는 수면에 관여하는 아데노신 수용체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카페인은 아데노신 수용체에 작용해 아데노신 결합을 방해함으로써 잠이 오지 않게 만드는 효과가 있죠. 뿐만 아니라 쾌감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때문에 만약 수면진정제나 항우울제, ADHD 치료제 등 신경과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카페인 섭취는 약효에 방해를 줄 수 있습니다.





     말초 흥분작용은 심박동 촉진, 혈관 수축 등으로 혈압을 올리고, 대사를 촉진해 혈당을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즉, 심혈관계 약물이나 당뇨약을 복용하는 경우 카페인 섭취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교감신경을 흥분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콧물, 가래약이나 알레르기 약과 함께 카페인을 복용하면 입마름, 불면, 소변불리, 변비 등 항콜린 부작용이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위장관 작용은 위산분비 촉진과 위장 자극, 위장관 근육을 수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커피를 자꾸 먹으면 위가 깍인다고 말하기도 하죠. 이것은 카페인이 위장을 자극하고 위산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입니다. 즉,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 등 위산분비 차단제를 복용한다면 카페인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카페인은 대장을 자극해 설사를 유발하기도 하므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으로 위장운동 조절제를 사용하는 사람은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아보여요.
     정리하자면 신경 정신과, 심혈관계, 당뇨 등 대사성 질환, 감기약, 제산제, 과민성 대장증후군 약물 등의 질환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카페인의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언제 카페인을 언제부터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까요? 흡수된 양의 카페인이 배설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4시간입니다. 즉, 민감한 약물을 복용할 때는 약 복용 하루 전에 카페인 섭취를 중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약물들을 제외하면 약을 복용하면서 카페인을 같이 섭취하는 것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닙니다. 약 복용할 때 카페인은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술은 꼭 피해야 할까?
     하지만 술, 즉 알코올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알코올은 복용하면 10%는 위에서, 90%는 소장에서 흡수됩니다. 소장에서 흡수된 알코올은 90%는 간으로 들어가 대사를 받고 나머지 10%는 폐, 소변, 땀 등으로 배설됩니다. 간으로 들어간 알코올은 아세트알데히드로 대사되고, 이 아세트알데히드가 최종적으로 아세트산으로 변화하죠. 그중 아세트알데히드는 숙취를 유발하는 물질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는 간과 신장, 뇌세포에 직접적으로 손상을 입히고 위장관을 자극해 구토, 구역 등의 증상을 유발합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몸에 염증 반응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작용도 하게 되죠.
     알코올은 조직 세포들이 혈당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알코올 섭취는 혈압과 심박동수를 증가시키며, 알코올 자체가 열량이 매우 높아 당뇨, 지방간, 콜레스테롤혈증 등을 악화시키며, 활성 산소를 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여러 가지 대사성 질환, 염증, 알레르기로 인한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 알코올 섭취는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거의 대부분 몸이 아프면 금주해야 한다고 보면 됩니다.
     대부분의 약물은 간에서 대사 되고 신장으로 배설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보다 안전하게 약물 복용, 치료가 가능한데요. 알코올의 섭취는 간, 신장을 모두 강하게 손상함으로써 몸에 큰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어떤 약을 복용하는 동안이라도 반드시 금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알코올이 완전히 배출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복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적정량을 복용했을 때 대략 24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면 좋습니다. 때문에 만약 음주를 하였다면 적어도 만으로 하루는 경과하고 나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을 추천할 수 있겠습니다.  
가장 안전하게 약을 복용하는 방법은?
     카페인과 알코올은 인체에 강한 생리활성을 끼치는 물질입니다. 카페인의 경우 일부 약물들과 상호작용을 보이기 때문에 약을 구입하거나 처방받을 때 복용 가능 여부를 약사와 꼭 상의해 주세요. 알코올의 경우 질병이 있을 때 매우 유해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특별한 큰 사유가 아니라면 치료 기간 동안에는 반드시 금주를 해 주세요.
만약 카페인, 알코올 모두 복용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면 복용하는 약과는 적어도 24시간 정도 간격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