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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으로 조제 받은 약과 그냥 구입할 수 있는 약은 어떻게 다를까?

2022-07-15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 이야기 (성인/노인)
처방전으로 조제 받은 약과 그냥 구입할 수 있는 약은 어떻게 다를까?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차이'


뜨겁게 관심을 받았던 ‘일반의약품’
    코로나-19는 우리 생활에 많은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특히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만날 수 없는 언텍트 세상으로의 급격한 진입은 많은 혼란을 낳기도 했어요. 그 중에서도 코로나-19 감염이 되어 격리가 된 사람은 외부와의 연결이 완전히 차단되어 버리고, 의식주뿐 아니라 몸이 아플 때 약을 챙겨 먹는 것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환자가 많지 않았던 시기에는 정부에서 여러 약물이 포함된 ‘재택치료키트’를 제공하였지만,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그 마저도 원활히 지원될 수 없었죠. 결국 예비 환자나 보호자들은 각자 약국에 방문해서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어떤 것을 구입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SNS에 퍼져 있는 의약품의 상품명이나 유명한 몇몇 품목을 찾아 약국을 찾아 헤매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코로나-19에 걸려도 감기약 사다 먹는 것이 다인가?’ 이렇게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코로나-19도 일반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제 없이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을 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2022년 상반기만큼 ‘일반의약품’에 초집중이 됐던 적이 언제 있었나 싶기도 하네요. 




 
몸이 아플 때 직접 약을 선택하는 ‘셀프메디케이션’
    어디 아픈 곳이 있을 때 직접 약을 선택, 복용해서 불편한 증상을 개선하는 것을 바로 ‘셀프메디케이션’이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풀어 말하면 ‘자가 약물요법’이 되겠죠. 약사는 환자가 현명한 셀프메디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코칭해주며 약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셀프메디케이션’을 단지 의약품을 복용하는 것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건강기능식품 등 영양소나 천연물 등을 복용하는 것도 모두 포함됩니다. 즉, ‘셀프메디케이션’을 보다 넓은 의미로 본다면 몸이 아프거나 아프기 전에 인체 생리활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성분을 처방 없이 선택해서 복용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셀프메디케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우리나라는 약국 접근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약을 구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약국수는 한국이 41개로 OECD 평균 29개 보다 무려 12개가 더 많다고 합니다. 어디 가나 약국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두번째 의료 비용이 절감됩니다. 현 보험제도 안에서 처방을 받고 약을 사면 싸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병원 진료비를 포함해서 약국 조제료까지 실제로 소요되는 비용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어요. 3000원으로 3일간 복용할 수 있는 두통약이 병원 진료와 조제 투약까지 받고 나면 몇 만원이 훌쩍 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인데요. 우리나라 의료비 증가율은 매우 높아 2021년 건강보험 총 진료비가 93조 5000억을 넘었다고 하죠. 결국 건강보험 과중한 진료비 지출은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진짜로 필요한 순간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게 됩니다.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과 셀프메디케이션하는 약이 어떻게 다를까? 두 가지가 구분되어 있는 이유는?
    그럼 환자가 처방 없이 약국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과 처방용 의약품은 어떻게 다를까요?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의 구성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의약품은 크게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나누어집니다.
    의약품 정의는 약사법 제2조 4항에 나와 있는데요.
    의약품은 ‘사람이나 동물의 질병을 진단, 치료, 경감, 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하며, 사람이나 동물의 구조와 기능에 약리학적(藥理學的) 영향을 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인체에 강한 생리활성 영향을 끼치는 물질이 의약품이라는 것이죠. 의약품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나누어지며 일반의약품은 ‘오용, 남용될 우려가 적고, 질병 치료를 위하여 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하더라도 안전성 및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의약품을 말합니다. 전문의약품은 의약품 중 일반의약품을 제외한 것을 말합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이듯 의사의 처방 영역은 모든 의약품에 속합니다. 의사는 환자의 질병을 진단한 후 그 치료를 위해 의약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약이라면 부작용이 심하더라도 감수하고 환자에게 처방을 내리는 것입니다. 또 안전한 약이라 하더라도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약들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반드시 의사 처방이 필요합니다. 진단 없이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복용하는 비처방약들은 안전 영역이 넓은 일반의약품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전문의약품이 더 강하고 좋아 보이죠. 그렇다면 몸이 아플 땐 무조건 처방을 받아서 복용하는 것이 좋은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굳이 전문의약품을 복용하지 않더라도 효과적으로 증상 완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가끔 가벼운 감기나 위장 질환 등으로 병원에 다녀온 환자의 처방전을 보면 일반의약품 조합으로만 되어 있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럴 때라면 굳이 증상을 완화하는 요법으로 처방을 받을 필요가 없었겠죠? 증상에 따라 다르겠지만 불편한 증상이 경미할 때는 굳이 병원 진료를 받을 것이 아니라 일반의약품 복용만으로도 충분히 증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처방의약품, 보관했다 상비약으로 사용한다?
    간혹 병원에서 감기약이나 위장약 등을 처방을 넉넉하게 받으면서, 약을 남겨 두었다가 필요할 때 드시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위에 말씀드렸듯 많은 처방의약품들은 전문의약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침약을 예로 들어 볼게요. 기침이 심한 환자에게 의사는 기관지 확장제를 처방 내릴 수 있습니다. 기관지 확장제는 기도를 넓혀 숨 쉬기를 편하게 만들어주죠. 기관지가 좁아지는 천식형 환자에게는 아주 좋은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기관지와 관계없는 기침 환자에게는 효과도 없고 과도한 기관지 확장이나 손 떨림 등 부작용만 우려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기관지 확장제는 반드시 의사 진료 후에 사용해야 되는 것이죠. 간혹 ‘맘카페’ 같은 곳에서 기관지 확장 패치가 기침 패치로 둔갑되어 서로 권유하기도 한다는데,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처방전을 잘 살펴보면 ‘사용기간’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어떤 증상으로 의사 진료를 보았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상태로 변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시 진료를 본 뒤 다시 처방약을 조제하라는 뜻이지요. 이처럼 처방전으로 복용하는 약은 정확한 의사 판단에 의해 사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비슷한 증상이라 하더라도 임의적으로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정상비약으로 사용하는 의약품은 ‘셀프메디케이션’이 가능한 일반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며, 약을 복용한 후에도 특별히 증상완화가 되지 않는다면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만약 ‘셀프메디케이션’에 조언이 필요하다면 언제나 가까운 단골 약국 약사와 상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