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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해서 더 무서운 ‘신장암’

2022-06-10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 이야기 (성인/노인)
조용해서 더 무서운 ‘신장암’
'신장암의 증상과 치료'

    제 의대 동기 중에는 의대생이 되어 생명을 건진 친구가 있습니다. 의대생이면 내과나, 외과 같은 여러 과를 돌며, 서로 의사와 환자가 되어 청진도 해보고, 주삿바늘도 찔러보며 실습하게 됩니다. 그 친구가 영상의학과를 돌 때, 실습 환자가 되어 검사대에 누워있게 되었습니다. 영상의학과 교수님이 직접 초음파로 찍어 보시며 간이나, 췌장 등을 설명해 주시다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이 되셨습니다. 아무래도 신장에 이상 소견이 있는 것 같다고 CT를 찍어보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친구는 CT를 찍고 신장 암 판정을 받아 수술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서 큰 문제 없이 완치 판정받고 지금까지 진료하고 있습니다. 만일 그때 초음파 실습을 받지 않았다면 신장 암이 더 커져서 큰 문제가 되었겠지요. 
    이처럼 신장암은 심각하게 진행되기까지는 증상이 거의 없고, 건강검진 시 초음파나 CT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 건강검진을 많이 받으면서 신장암 발생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고, 2020년 발표 중앙암등록본부 통계를 보면 2018년에 만 5456명의 환자가 나와 국내 10대 암에 포함되었습니다. 다만, 다행스럽게 초음파 및 CT의 발달 및 보급으로 무증상의 작은 크기의 신세포암이 대부분입니다.



    신장암은 신장에 생기는 암을 이야기하는 데, 그중에서 신세포암이 신장에서 발생하는 암의 85%를 차지하기 때문에, 신장암이라 하면 대부분 신세포암을 지칭합니다.
    신장암의 증상은 신장암의 크기가 커질 때까지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옆구리의 통증, 육안적 혈뇨, 그리고 복부에 덩어리가 만져지는 것이 3가지 대표적인 증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이 증상이 있을 때는 이미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또 암 자체로 인해 고혈압, 빈혈 만성피로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신장암의 진단은 초음파와 CT로 하게 됩니다. 보통 초음파에서 의심 소견이 보이면 CT를 추가로 촬영하여 확진을 하게 됩니다. 다른 암 같은 경우는 조직 검사를 하게 되는데, 신장암의 경우는 CT로 대부분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직 검사는 잘 하지 않습니다. 다만, 수술 위험성이 큰 경우, CT 검사에서 분명한 진단이 어려운 경우, 수술 전 조직 검사 결과가 꼭 필요한 경우 등에서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신장암으로 진단되는 경우 대부분 수술적 치료를 하게 됩니다. 신장암의 크기가 작고, 1개인 경우에는 신장 전체를 제거하지 않고, 암만 도려내는 부분 신절제술을 시행합니다. 그러나, 신장암의 크기가 크거나, 위치가 신장 속에 있어 신장암만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신장 전체를 모두 제거합니다. 예전에는 보통 옆구리나 배를 절개 후 수술을 했지만, 최근에는 복강경 및 로봇 수술이 발전하여 복강경이나 로봇으로 신장 암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매우 고령이거나, 동반 질환으로 인해 수술의 위험이 매우 높은 경우에는, 신장암 수술을 바로 하지 않고, CT를 찍으며 경과를 살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냉동 파괴 치료, 고주파를 이용한 파괴 치료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전이가 없는 신장암은 수술 후 예후가 매우 좋습니다. 신장암의 크기에 따라 예후가 차이가 나는데, 4cm 미만인 경우 5년 생존율이 90% 이상입니다. 그러나 신장암 크기가 10cm가 넘는 경우5년 생존율이 50%로 감소하고, 주위 장기로 퍼진 경우는 30%로 뚝 떨어집니다. 더구나 전이된 신장암의 경우 생존율이 10%로 매우 낮습니다. 예전에는 인터페론 같은 면역 치료를 했었지만,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sunitinib 등을 포함한 여러 표적치료제가 개발되어 생존율을 보다 높여 주었고, 새로운 면역치료제도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체 신세포암 중 약 절반 정도는 1기에 해당됩니다만, 아직도 30% 정도는 병기 2,3기에서 발견되고, 20% 정도는 전이된 상태로 발견됩니다. 앞서서도 말씀드렸지만, 신세포암은 크기가 작은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도 쉽고 완치율도 매우 높기 때문에 꼭 정기적으로 건강검진 초음파를 받으실 것을 권유합니다.
    신장암과 비슷한 것이 신우암입니다. 신세포암은 신장의 살에 생기는 암이라고 한다면, 신우암은 신장 속에 소변이 다니는 길(요로)에 생기는 암입니다. 소변길에 생기는 암이다 보니, 신세포암보다는 혈뇨가 발생하기 쉬어, 혈뇨 검사할 때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세포암과 다른 점은 신세포암은 신장만 절제하면 되지만, 신우암은 소변이 다니는 길을 전체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이 좀 더 복잡합니다. 즉 신장+요관+방광 일부를 절제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소아에서도 신장암이 발생할 수 있는데, 소아 신장암은 윌름스(Wilms)종양이 대부분입니다. 성인의 신세포암과는 조직학적 진단이 다릅니다. 다행히 소아 윌름스 종양은 많지 않아 2021년 18건이 보고되었습니다. 대개 2~4세에서 발생하고 대개 배가 부풀어 보인다거나, 배속에 뭐가 만져진다고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시 신장을 절제하고, 항암 치료를 해야 하는데, 비교적 예후는 양호한 편이 많습니다. 1기인 경우 90% 이상 완치되고, 4기인 경우라도 60% 이상의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신장암 수술을 하게 되면,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신장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려고 노력하여야 합니다. 당뇨나 고혈압이 있는 경우 더욱더 관리를 잘 하셔야 합니다. 또한 육류 위주의 고단백 식이는 신장에게 무리가 가기 때문에 적절히 소량으로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짜지 않게 드시고, 물을 많이 드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흡연은 금물입니다. 흡연은 신장암의 발생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나서 완치 판정을 받으시더라도, 꾸준히 병원을 방문하시는 것이 좋은데요. “5년이 지나면 절대로 암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저는 전공의 때 20년 전 신장암으로 수술하신 분이 입술에 재발해서 오신 것도 보았습니다. 따라서 5년이 지났다고 너무 방치하지 마시고, 꾸준히 검진을 받으시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