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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시골길, 철길을 거닐며 향수에 젖다

2017-10-13

라이프가이드 여행


아늑한 시골길, 철길을 거닐며 향수에 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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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길은 경기도 남양주시가 최근 개장한 트레일이다. 이를테면 ‘남양주의 올레’인 셈이다. 남양주는 총면적의 70%가 산림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산만 높은 게 아니다. 물길이 있다. 북한강이 남양주를 따라 흘러와 양수리에서 남한강과 만나 마침내 한강이 된다. 이처럼 남양주는 서울 도심에서 지척이지만 산과 강이 어울려 특별한 걷기 여행코스를 제공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조선말의 위대한 학자 다산 정약용의 실학정신이 깃들어 있어 역사의 향기도 높다. 다산길의 가장 대표적인 코스는 다산 정약용의 생가와 묘가 있는 능내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이곳은 한강이 넘실거리는 강변이라 다산길이 열리기 전에도 주말이면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최근에는 실학박물관이 개장하고 생가 주변을 공원으로 새롭게 단장하면서 남양주의 문화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있다. 다산길이란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다산길은 13개 코스에 총 연장길이는 179.8km다. 개장된 코스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중앙선 복선화로 폐선이 된 팔당역~능내역~운길산역 구간의 철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다산 유적지에서 연꽃 군락지를 돌아보는 쏠쏠한 재미
    다산길 가운데 백미는 다산유적지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한강나루길(1코스)과 다산길(2코스), 새소리명당길(3코스) 등 3개의 트레일이 이곳을 걸쳐간다. 다산유적지 주변에는 연꽃군락지와 한강, 토끼섬, 능내역, 마재성지 등 볼거리도 몰려 있다. 짧게 보려면 다산유적지~연꽃군락지~능내역~마재성지~다산유적지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1시간 내외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눅신하게 철길을 걸어보고 싶다면 여기에 새소리명당길과 한강나루길 일부를 포함하면 좋다. 마재성지에서 새소리명당길을 따라가서 운길산역에서 철길을 따라 능내역으로 돌아오는 한강나루길로 코스를 잡으면 철길 여행과 호젓한 시골길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다산유적지 주차장에서 마재성지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여름철에는 한강의 강변을 더듬어 가는 다산산책로가 좋다. 이 길을 따라 가면 능내리 연꽃마을에서 조성한 연밭을 볼 수 있다. 가을에는 마재고개를 넘어가는 게 좋다. 발에 치이는 낙엽과 분위기 좋은 카페를 끼고 간다. 마재고개는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온 길을 거슬러 간다. 데크로 조성한 인도를 따라 300m쯤 가면 야트막한 고개에 이른다. 이곳에 ‘새소리명당길 6.7km’라는 이정표가 있다. 이후로는 ‘새소리명당길’ 이정표만 따르면 되는데, 갈림길마다 설치되어 있어 길 찾기가 쉽다.
    마재성지는 정약용 형제가 천주교를 접했던 곳이다. 또한, 모진 박해와 탄압 속에서도 정약종이 가솔을 데리고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천주교 성지로 지정된 이곳은 여느 성지보다 규모가 작다. 하지만 십자가를 비롯한 성물은 조각품을 보는 것처럼 창의적으로 디자인되어 눈길을 끈다.




한강을 따라 펼쳐진 철길을 걸으며 탁 트인 시야 만끽
    마재성지에서 마을길을 따라 내려오면 개구리밥이 잔뜩 떠 있는 저수지다. 저수지에는 돛단배가 서 있다. 여름철에는 수면이 연잎과 개구리밥으로 온통 초록으로 물든다. 밤낮의 일교차가 큰 가을에는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나 신비감을 준다. 이곳에서 다산산책로를 따라 주차장으로 갈 수 있다.
저수지를 지나면 철길과 만난다. 이곳부터 팔당역으로 이어진 구간의 철길이 폐선 구간에서도 백미다. 도로와 마을과 멀찍이 떨어져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가수 윤도현이 부른 ‘여행길’의 노랫말처럼 ‘끝없이 이어진 저 철길 따라 기차를 메고 떠나는 여행길’의 이미지와 딱 들어맞는 길이다. 그 길 중간에 봉주르라는 카페 겸 레스토랑이 있다. 연인과 나들이 객으로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북적거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짧게 철로를 거닐어보는 이들도 많다.
    300m쯤 더 가면 쉼터가 있다. 데크 위에 벤치를 설치한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강이 아름답다. 이곳을 지나면 새소리명당길은 오른쪽으로 빠진다. 철길을 계속 따라가면 팔당역까지 갈 수 있다. 새소리명당길을 따라 가면 능내2리 마을회관을 경유해 도로를 건넌다. 이 도로 위로는 서울~양평을 잇는 경안로의 고가도로가 지난다. 고가도로를 질주하는 차량의 소음이 거슬리지만 이곳만 지나면 아늑한 농로길이 펼쳐진다.


아늑한 시골길 지나 다시 철길을 거닐며 향수에 젖어

    차량 한 대 겨우 지날 수 있는 농로길은 야트막한 고개를 넘어간다. 고개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소박한 시골풍경이 펼쳐진다. 마을도 집도 없는 시골길이 숲과 밭 사이로 나 있다. 이 길은 성황당고개를 넘어간다. 고개라고 해서 거창하게 높거나 힘들지 않다. 숨이 조금 거칠어질만 하면 고갯마루에 서게 된다. 성황당고개를 넘어서면 조안리의 아늑한 농촌풍경이 펼쳐진다. 성황당고개에서 조안리 입구 철길까지 2km는 마을 진입로를 따라 타박타박 걸어가는 길이다. 조안리 입구에서 다시 철길과 만난다. 새소리명당길을 완주하려면 왼쪽으로 운길산역 방향으로 걷는다. 다산유적지로 되돌아오려면 오른쪽을 택한다. 철길과 함께 양수리~대성리를 잇는 북한강로가 나란히 뻗어 있다. 질주하는 차량의 소음이 조금 거슬리는 곳이다. 그러나 조안면소재지를 지나면서 차량도 뜸하고, 큰길과 작별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다산유적지에서 한껏 도로와 가까워졌던 철길은 능내역에 닿는다. 이제는 더 이상 기차가 오지 않는 쓸쓸한 간이역 풍경이 아릿하게 다가온다. 능내역에서 철길과 작별한다. 능내역 철길에서 왼쪽의 오솔길을 따라 내려오면 마재성지와 만난다. 이곳에서 고개를 넘어가면 다산유적지로 가게 된다.





    다산길은 여러 갈래다. 그러나 코스에 구애받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선택하는 게 좋다. 철길은 오래 걸으면 피곤하다. 침목의 간격이 보폭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리하게 철길만 고집하면 피로감이 더하다. 가족 나들이라면 다산유적지를 중심으로 봉주르 카페까지만 돌아봐도 충분하다.
   
    가는 길
    대중교통이 편리하다. 중앙선 기차를 이용해 도심역이나 팔당역까지 간다. 그 다음 200-1, 2000-2, 8, 167번 시내버스를 타고 가 다산유적지 입구에 내린다. 입구에서 다산유적지까지는 10분 거리. 자가운전은 다산유적지를 목적지로 한다. 팔당대교 지나 6번 국도 양평 방면으로 가다 팔당역에서 우회전, 다산로를 따라 가면 된다.

    별미
    다산유적지 입구에는 나들이객을 위한 음식점이 많다. 또 분위기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어 차를 마시며 쉬어가기 좋다. 특히, 능내역과 팔당역 사이에 자리한 봉주르는 카페 마당에서 곧장 철길로 올라설 수 있어 인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