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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기획한 연수, 한복 이야기를 풀다

2022-03-02

교육행정 교육프로그램


한푸가 아니라 한복, 우리의 한복 이야기
내 손으로 기획한 연수, 한복 이야기를 풀다
'청운중학교 학부모 김 선(해봄 대표)'

    지난 시간 한복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다. 사춘기 시절 엄마가 밤새워 재봉틀을 돌리며 한복을 만드는 모습이 싫었고 자꾸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심부름시키는 것도 싫었다. 그런데 어느새 엄마와 같은 한복의 길을 걷고 있다. 사람들에게 한복을 권하는 것, 한복 원단을 만지는 것, 그리고 바느질 하는 것도 ‘싫다. 싫다.’ 하면서 그 길을 걸었다.
‘정말 싫었을까?’ 
    바늘귀가 흐릿해지는 나이가 되어서야 한복을 좋아하는 것을 깨닫는다. 최근 K-POP, K-드라마 등 우리 문화가 세계로 알려지고 동북공정과 한푸를 접하게 되면서 다시 나의 길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 엄마의 한복 짓는 모습에 우리 선조들, 여인들의 이미지가 오버랩되면서 한복은 그야말로 나에게는 애증의 삶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복식이 어느 순간 한푸로 둔갑하여 중국의 동북공정에 놀아나는 것이 못마땅하다 못해 화가 났다.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먼 곳이 아니라 내가 살고있는 이곳에서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 놓고 싶었다.


 
‘정말 자율일까? 규정과 제한이 있겠지.’
     단재교육연수원 공고를 보고 기획안을 내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바느질 수업을 기획할 때 어려운 점은 수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많은 수강인원과 4~5회의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하루라도 빠지게 되면 진행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하반기에는 연수생 대상 동아리 조직도 가능하단다. 생각이 빨라진다. 한복 강좌의 가능성이 열렸다. 동아리까지 길게 강좌가 진행되면 여유 시간이 있어 부득이 결강하시는 분들의 보강이 가능하다. 그동안 한복 강의에 대한 조각조각 생각의 퍼즐들이 맞춰진다. 기획안도 술술 막힘이 없다. 
    그러나 다시 벽에 부딪혔다. 코로나19로 인해 동아리가 취소되었다. ‘포기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머릿속에선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학부모자율기획연수, 정말 자율기획일까?’ 라는 생각과 함께. ‘인원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수업하자’라는 결단을 내렸다. 바쁜 일정 속에서 시간을 더 내야 했지만 가장 효율적으로 강좌를 만드는 방법이었다. 단재교육연수원에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너무나도 쉽게 그렇게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정말 자율적으로 기획해도 된다니! 



    우선은 증평문화유산보존회 김정관 대표님께 우리 복식을 중심으로 한 역사이야기와 함께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온라인 강의를 부탁드렸다. 온라인 강의를 들으신 분 중, 희망하시는 5명의 수강자 분들과 17~18세기 모시 한복 저고리를 만들어 보며 한복의 형태, 소재, 시대별 변화, 한복 저고리의 세심한 구조, 우리 옷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다. 
    생각이 자유로워지니 또 다른 기획도 따라왔다. 동부창고 생활문화 축제의 인형한복 전시회에 첫 번째 그룹 강의 수강생들이 만든 한복 저고리도 전시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그룹은 증평군립도서관에서 강의가 진행되었다. 수강생 모두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 주셨고, 모시 저고리를 만들어 보며 저고리 속에 숨어있는 옛 여인들의 지혜를 하나하나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학부모님들과 한복으로 이야기를 풀었고, 연수가 끝난 뒤에도 모임은 자율적으로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