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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사막화를 커뮤니티저널리즘으로 돌파한다

2022-11-15

문화 문화놀이터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지역의 사막화를 커뮤니티저널리즘으로 돌파한다
'옥천신문 황민호'

    <박연숙> 영동에서 '자기예술촌'을 운영. 연극배우이자 기획가, 문화예술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황민호>2002년 4월 옥천신문에 입사해 취재기자, 편집국장, 상임이사를 거쳐 2021년 8월에 대표가 되었다. 커뮤니티 저널리즘이 풀뿌리민주주의를 사수하는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하고 주민의 쓸모 있는 도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디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담아내려는 옥천신문 그리고 황민호 대표의 변화의 움직임. 복합문화공간 ‘청산별곡’에서 다시 시작한다.
    옥천의 위정자들에겐 냉정한 감시자로 주민들에겐 속풀이 상담자로, 옥천군민들의 삶을 아우르는 모든 이야기가 뉴스가 되는, 지역에 뿌리내려 33년을 견고히 성장해 온 옥천신문, 그리고 황민호 대표를 만나다. 

 
옥천신문 대표이사 황민호와 인터뷰어 박연숙 편집위원


‘옥천신문의 처음과 지금은.’ 
    1989년 9월 30일 옥천 주민들의 뜻을 모아서 뉴스의 사막이었던 옥천에 오아시스 같은 옥천신문을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 지역의 역사를 써 내려갔으며 2017년에는 월간 옥이네를 만들어 지역의 문화를 보듬기 시작했다. 2021년 초에는 생활정보를 중심으로 한 무가생활정보지 오크지를 만들었고, 또 청소년, 청년, 노인, 장애인, 이주 여성 등 소수자를 중심에 세우고자 옥천FM공동체라디오를 주민들과 함께 개국했다. 인쇄매체를 기반으로 라디오, 유튜브 등 음성, 영상매체를 본격적으로 연 것. 공영방송이 공영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기를 학수고대했지만, 그들은 더 멀어져 가고 있다. 마냥 기다리지 않겠다. 징징거리지 않겠다. 지역의 힘으로 지역의 역사를 스스로 써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우린 증명했고 보여주고 있다. 이 흐름을 발판으로 미디어가 씹다 버리는 껌이 아니라 우리 삶을 거울처럼 보여주는 중요한 풀뿌리 공론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민주주의가 교과서에 있지 않고 바로 삶에 있다는 것을, 영화 속에 존재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 무가생활정보지 오크지 'OAK' , 옥천라디오스타, 옥천신문


    지역에 자급을 위해 '푸드플랜'이 필요한 것처럼 지역의 자치를 위해 '미디어플랜'도 필요하다. 더 이상 대상화된 언론이 아니라 우리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다양한 목소리가 담긴 현현한 공론장으로서 언론을 설계하는 지역 미디어플랜을 만드는 것은 시급하다. 지역별, 세대별, 계층별 소수자의 목소리가 더 이상 소외되지 않도록 미디어플랜은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가고 지역사회가 한걸음 나아가는데 구실을 하려 한다. 이 정점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로 모아진다. 괜찮은 방송과 신문 하나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닌 끊임없이 풀뿌리민주주의를 다지는 역할이다. 아무도 기록하지 않은 지역을 스스로 써 내려갈 것이다. 이미 다져 놓은 지역 신문과 지역 잡지로 잃어버린 공간을 회복하고 있고, 앞으로 직접 만드는 지역 방송으로 빼앗긴 시간을 되찾을 것이다. 
    ‘말의 우물’에 늘 맑은 물이 차오르고 ‘글의 곳간’에 건강한 양식을 채워 누구나 언제든 마시고 먹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것이 옥천만의 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옥천은 언론과 미디어로 특화된 고장임을 거부한다. 공동체 저널리즘은 특화되어야 하는 영역이 아니라 보편타당하게 어느 지역공동체든 필요한 필수재로 존재해야 한다. 100년 전 누군가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하며 독립운동에 불씨를 지폈지만, 이제 해묵은 국가와 민족은 가라! 애국과 애족을 저 너머로 흘러버리고 지역 자결주의로 우리는 애향, 애민하며 자립운동의 씨앗을 뿌릴 것이다. 모두가 삶의 주인으로 존재하는 지역에서, 우리는 공동체의 힘으로 공론장을 만들어 공공성을 쟁취할 것이다. 다양성과 연대의 힘으로 모두의 지역에 각기 다른 미디어플랜이 만개하기를 강력하게 희망한다.



 
옥천신문이 만드는 변화의 바람, ‘청산별곡’ 
    옥천신문이 만든 주간 마을신문 ‘청산별곡’, 마을공동체의 중심이 될 복합문화공간 ‘청산별곡’에 대한 구상
    옥천군에서도 가장 변방인 청산면에 마을신문과 라디오, 동영상 제작, 청산 저널리즘스쿨 거점을 마련한다. 청산면은 940년 고려 태조왕건에 생긴 지명으로 고을의 역사가 1천 년이 넘는 곳이고 1914년까지 10년 남짓 청산 군으로 6개 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옥천군과 통폐합 이후 급격히 쇠락했다. 아직도 유일하게 면지역에 고등학교가 있고 성당과 향교가 있는 지역이며 오일장이 살아있지만, 인구는 급격히 감소해 지난해 3천 명 선이 무너졌다. 초등학교 전교생 수가 30명 수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2년 후면 20명 이내로 감소할지도 모른다.
    옥천읍이 옥천군 지리적 여건에서 대전에 쏠려 있는 점을 감안하면 궁촌재와 정방재로 둘러싸여 있는 청산, 청성면은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정서적 심리적 거리도 멀어 영동이나 보은이 생활권이다. 4번 국도와 37번 국도가 엑스자 축으로 뻥뻥 뚫려 나머지 7개면은 옥천읍을 중심으로 차로 20분 이내의 생활권으로 구축이 되었지만, 정방재와 궁촌재 안에 있는 청산, 청성면은 여전히 고립된 채 낙후되어 있다. 면의 사막화가 사실 지역 농촌 인구 감소의 본질이고 핵심이다. 청산초등학교 전교생이 30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문득 불이 번쩍 들어왔다. 지금 이 시기에 이 선이 무너진다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인구 급감이 될 것이다. 청산면의 생활여건은 지금 마지노선에 와 있고 학교가 무너지면 사막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더욱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복합문화공간 청산별곡의 외관, 사진제공 '월간옥이네' 박누리 편집장


    여러 가지 중에 왜 미디어일까. 목소리를 전하고 사람의 이야기를 모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변방의 소수자일수록 목소리 내는데 익숙하지 못하고, 모아진 목소리도 묻혀지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마이크와 확성기를 가져다주고 싶었다.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고 싶었다. 이는 돈이 되는 것이 아니다. 참으로 무모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소멸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서 어떻게든 부딪쳐 볼 생각이다. 그래서 한 달 넘게 청산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정말 어렵게 거점 마련을 했다. 청산면 소재지 끝에 청우철공소 자리다. 청우철공소는 96살의 나이인 초대 청산면민협의회장을 지낸 남한우 어르신이 사는 곳이고 아버지 뒤를 이어 남기섭 씨가 운영하던 곳이다. 남기섭 씨는 몇 해 전 유명을 달리하셨지만, 80년대 농민들로부터 각광을 받았던 이동식 탈곡기를 최초로 고안 발명한 사람이기도 하다. 지금은 남기섭 씨 아내가 운영하는 오복부동산 옆 방치됐던 철공소를 새롭게 수리해 '청산별곡'을 만들 예정이다. 거기서 마을신문을 만들고, 라디오를 하고 유튜브 생방송을 할 예정이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청산 사람들과 같이 하면서 커뮤니티 저널리즘을 제대로 한번 구현해 볼 생각이다. 

 
공간 '청산별곡'의 내부, 사진제공 '월간옥이네' 박누리 편집장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삶을 배우는 것이다. 문화예술이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삶이 그 자체로 예술이고 문화였으면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여정이 멀고 길다. 삶과 놀이와 일이 하나로 어우러지면 좋겠다. 문화예술은 그리로 가는 길에 윤활유와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음악과 회화, 춤과 조형, 연극과 미디어가 일상에서 끊임없이 발화되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연극이 그런 것처럼 미디어도 종합예술 분야에 가깝다. 옥천은 미디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담아내려고 한다. 각 분야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기록하는 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일,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이고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분리와 연대를 통한 남부권 문화예술 거점의 필요성 
    분권과 자치를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충청북도는 지형이 길쭉해서 물리적 거리가 있어 쉽게 만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남부권의 거점을 마련하는 데 같이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 남부권의 웹진을 별도로 내서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중부권과 북부권과 같이 연계, 연대하는 방안으로 새틀을 짰으면 한다. 웹진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의 거점을 남부권에 만들어 새로운 구심으로 물리적, 정서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청주 중심의 문화행정을 타파하고 각 새로운 거점에서 분권화, 자치화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비전과 지향이 있다면 언제든지 같이하고 일을 나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