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아버지가 보이스피싱 당할 뻔했습니다

2023-06-05

비즈니스 기획기사


국민이 말하는 정책
아버지가 보이스피싱 당할 뻔했습니다
'딥페이크(Deepfake) 보이스피싱 경험담'

    밤을 새워 업무를 끝내고 오랜만에 조금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자고 있던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애써 무시하려 했는데 성인 남자의 목소리와 무전기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문을 열어보니 경찰관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무슨 일인지 물었더니 아빠가 경찰에 신고해서 집에 방문하게 되었다는 답을 들었다. 오늘 오전 아빠에게 조폭을 가장한 사람들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했다. 아들이 보증을 섰는데 기한 내 갚지 못해 지금 당장 돈을 보내지 않으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전화가 걸려왔다며, 이에 아들의 안전을 확인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기에 집에 방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경찰관의 설명을 들으며 머릿속에 강하게 꽂힌 단어였다. 혹시 아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물어보니 별일은 없는데 조금 많이 놀라신 것 같다고 말하며 혹시 집 안에 다른 사람이 있거나 위험한 상황은 아닌지 재차 확인했다. 경찰은 신분증 확인과 함께 정말 안전한 상황이라는 점을 수차례 확인한 이후에야 발걸음을 옮겼다.
    방안으로 돌아와 휴대폰을 켜보니 경찰에서 위치 조회를 실행했다는 문자 한 통만 와있었다. 이상했다. 분명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면 아빠의 부재중 전화가 수차례 와있어야 했다. 서둘러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아빠는 전화를 받자마자 괜찮은지부터 확인했다. 전화기 넘어 걱정과 안도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아빠가 근무하는 사무실까지 그렇게 멀지 않기에 직접 찾아가 아빠의 이야기를 들었다. 환갑이 훨씬 넘었음에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평소 뉴스도 잘 챙겨보기에 보이스피싱에 경찰 신고까지 했다는 것이 솔직히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아빠의 이야기를 듣자 ‘이건 나라도 충분히 당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아빠가 당한 보이스피싱은 가장 최신 기술이 접목된 보이스피싱으로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딥페이크(Deepfake) 보이스피싱이었다. 딥페이크란 AI 기술로 목소리 일부만 있으면 100%에 가까이 실제 목소리를 구현해 낼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내가 말하는 목소리는 물론 우는 목소리까지 누가 봐도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전화를 끊고 나에게 다시 전화하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왜 전화를 끊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아빠는 기다렸다는 듯 휴대폰 통화 내역을 나에게 보여줬다. 나에게 걸린 수통의 전화, 하지만 이상하게 전화는 내가 아닌 보이스피싱 일당에게로 연결되었다고 한다. 중계기를 활용한 보이스피싱이었다.





    이처럼 최근 보이스피싱은 AI 기술과 중계기 등을 활용해 진행된다고 한다. 평소 보증을 서지 않을 것이란 것도, 돈 때문에 전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심지어 내가 울면서 부모님께 전화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너무 불안하고 정신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아빠는 주변에서 경찰에 한번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정말로 돈을 송금했을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한편 개인 번호로 전화를 해도 다른 사람에게 연결이 되고, AI 기반으로 고도의 보이스피싱 범죄가 진행되는데 단순히 예방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냐고 경찰에 물어보았다. 갈수록 고도화되는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한 심각성은 통감하지만, 몸통은 해외에 있고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다보니 검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경찰은 최근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비슷한 피해가 접수되고 있다며 취약계층 대상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을 위해 더욱 힘쓰고, 나아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가 필요한 부분에 더욱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날로 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을 당부하며 만약 보이스피싱이 의심 가는 상황이나, 피싱의 피해를 입을 경우 경찰청(112)이나 금융감독원(1332)으로 신고 및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감쪽같았던, 그래서 그만큼 위험했던 가족의 보이스피싱 경험. 우리 가족은 이번 일을 계기로 피치못할 사정에 대비해 우리 가족만 아는 비밀 단어를 정하기로 했다. 보이스피싱, 이제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은 경각심을, 정부와 관련 당국은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