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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 마을기록단 심수림

2023-02-02

문화 문화놀이터


다음 세대 기록인
해방촌 마을기록단 심수림
'사람과 마을기록을 하는 해방촌 마을기록단'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도시와 건축 관련 연구 일을 하고 있고요, 여러 사람과 마을기록을 하고 있는 해방촌 마을기록단의 심수림이라고 합니다.  
본업이 있는데 기록 활동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저의 본업이 도시나 소지역을 들여다보고, 그곳의 현안들을 해결하는 방향을 보고서로 제안하는 일이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마을이나 공동체에 대해서 가슴 깊이 공감하거나,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에 한 번 부딪혀 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시기 즈음에 해방촌을 만났는데 자연스럽게‘이 마을에 한 번 살아봤으면 좋겠다, 이 마을이라면 내가 그런 경험을 해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공부하고 그걸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재미있어지니까 그게 마을기록이라는 것으로 확장된 것 같아요.  




 
본업에서 느낀 갈증이 활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특이하네요.
    그래도 돈을 버는 직업적 일로 대할 때와 내가 사는 마을에서 활동의 차원으로 대할 때는 분명 차이가 있었죠. 하지만 결국에는 제가 하는 모든 활동이 ‘업에서 느끼는 갈증들을 풀어보고, 업과 생활을 일치시키고 싶다’라는 처음의 시작점으로 귀결되더라고요. 게다가 그 과정에서 만난 해방촌이라는 마을이 수동적으로 주어진 프로젝트의 대상지가 아니었잖아요. 내가 살고 있는 곳이고, 그래서 더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활동지였기 때문에, 그런 마을에서의 기록에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되었어요. 지금은 마을 안팎의 여러 사람과 함께 해방촌 마을기록단이라는 걸 정식으로 하고 있고요. 
그간의 기록물들을 보니 말씀이 이해가 더 잘되네요. 
그럼 현재 하고 있는 활동이나 과거에 했던 활동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으신가요?

    시간을 훑어보면 그래도 이 모든 활동의 바탕이 되었던 첫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2014년 함께 만들고 운영한‘해방촌 4평 학교’인데요, 저의 첫 마을 살이 경험이에요. 제가 2012년에 해방촌 마을에 들어왔거든요. 그때 만났던 마을의 모습들과 자연스럽게 생겨난 관계들이 아직도 지금 활동의 원동력이 되고 있어요. 어떤 거창한 활동을 해야겠다는 것보다는 좋은 인연들과 꽁냥꽁냥 시도해 본 것이 ‘해방촌 4평 학교’였는데, 그 활동이 굉장히 재미있었고, 또 그래서 거기에서 의미를 찾다 보니 기록으로 넘어오게 되었네요. 



 
기록 활동을 통해서 마을 주민들과 많은 의미를 발견하셨을 것 같은데요.
    저희는 마을 기록 활동을 통해서 “주민들이 목소리를 갖게 되었다”라는 말을 자주 쓰거든요. 마을기록이 축적되었을 때 이건 단순한 취미 차원의 공동체 활동을 넘어서, 평범한 주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갖게 해주고, 또 지역의 여러 의사결정의 주체로 등장시키는 계기로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는 창구로도 마을기록은 굉장히 유효하게 활용될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 이 마을에 살고 있고, 이로 인한 관계들이 있으므로 추적할 수 있었던 임대료나 지대에 관한 부분들의 기록이 그렇죠. 생활 가로의 변화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와 같은 현상들에 대한 데이터 역시 잘 수집할 수 있었고요. 이는 마을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말보다 더 힘 있는 자료들이 될 수 있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다음 세대를 위한 기록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모두 이전 세대의 다음 세대. 도시는 그리고 마을은 이전 세대들의 일궈놓은 시간의 축적 위에 현재하고 있다. 마을기록은 이런 다음 세대들이 기꺼이 수행해야 하는 즐거운 "의무"이자,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거대하고 대단해서 마을기록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 세대의 노력 위에 그것을 고스란히 담고 싶은, 그리고 우리의 생각을 넣어 다시 재구성하고 싶은 그런 것들이 담겨있는 것이 마을기록 활동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