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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문화예술교육거점 ‘공작플러스’

2023-01-31

문화 문화놀이터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충북 문화예술교육거점 ‘공작플러스’
'문화소외자에서 동네사람으로 나아가기'

    공작플러스의 대표 신수정님은 자연스러운 예술을 추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환경운동을 하는 예술가이다.
    2021 충북 문화예술교육 거점으로 지정된 '공간플러스'의 신수정 대표를 만났다. 자연스러운 예술을 추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환경운동을 하는 예술가. 버려지는 폐자원에 아름다운 애정을 불어넣듯이 삭막한 상가 동네였던 이곳에 동네 사람들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이야기 방앗간을 만들었다. 주민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은 과연 어떤 문화예술교육 '거점'을 꿈꾸고 있을까? 

 
공작플러스 대표 신수정


Q. 이곳에 어떻게 자리 잡게 되셨나요? 공작 플러스는 주변 상가들과는 성격이 많이 다른 공간 같아 보입니다.
    본래 사무실은 집과 거리가 멀어서 원래 방앗간이었던, 그리고 집과 조금 더 가까운 이 자리에 작업실을 새로 내게 되었어요. 이곳에 온 지 올해로 딱 만 3년이 되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동네 방앗간 드나들 듯 이곳을 찾으시지만,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어요. 저희 공간이 있는 이 동네가 골목마다 가게들이 많이 있는 곳이라 상인분들과 관계 맺기가 만만치 않았거든요. 처음 생활문화공동체 사업을 하면서 수요일 오전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안내하러 찾아뵈었는데, 제가 보험 설계사 내지는 물건을 팔러 오는 사람인 줄 알고 이미 표정이나 몸짓에 마치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행동하셨으니 말 다 했죠. 그래서 다음에는 가게마다 떡을 돌렸어요. 한가한 시간에 찾아가도 바쁘다면서 인터뷰도 잘 안 해주시니까 저 나름대로는 친해져 보려는 시도였어요. 당시 동네 분위기가 가게 앞이나 집앞 주차를 막기 위해서 매트리스까지 내놓는 상황이었으니 어떤지 대략 짐작 가실 거예요. 그렇지만 계속해서 인사하고 오시라고 말씀드리니 한 분, 두 분 오시는 것이 이제 정말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방앗간처럼 되었죠. 지금은 오히려 제가 관계에 대한 것들을 마을 분들에게서 더 많이 배우고요. 이런 관계를 만들기 위해 마음을 열기까지 한 2년 정도 걸렸어요.
    지금도 잘 운영되는 생활문화 공동체는 처음 시작은 제가 했지만, 현재 저는 마치 얼굴마담 같은 역할만 하고 있어요. 초반 서류 작성이나 심의 같은 과정에만 참여하고 실질적인 운영은 여기 마을 분들이 다 맡아서 하고 계시죠. 행정부터 활동 기록 남기는 일까지 모두 주체적으로 참여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내년에는 누가 맡아서 진행할 건지 회의하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다가도, 내년 심사에도 붙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생겨요. 그래서 저는 어디 가서 저를 소개할 때, 대표가 아니라 공작 플러스에서 동네 사람 1번으로 살고 있는 신수정이라고 말해요. 이미 이 공간은 저만의 공간이 아니고 많은 동네 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곳이니까요. 



 
Q. 정착하고 관계 맺기는 결국 시간의 힘이 필요하다는데 많은 분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말씀에서 동네 분들에 대한 애정이 많이 묻어납니다.

    이 동네를 오면서 들었던 생각 중의 하나는 여기 계시는 분들이 가장 문화소외자에 가까운 분들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어요. 밥을 굶을 정도로 경제생활 수준이 낮지는 않지만,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 편하게 여행 갈 수 있는 그런 분들은 또 아니시거든요. 정말 단순하게 밥 먹고 사는 일에만 불편함이 없는 분들이셨죠. 그러니 누가 공연을 한다거나 어디에서 원데이 클래스가 열리는 것이 본인이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시지 않는, 그런 분들이었어요. 그래서 처음 이곳에서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할 때 다짐한 게 '허투루 하면 안 되겠다'였어요. 사실 공모사업을 통해서 문화예술 교육하시는 분들 많이 봐왔고 그분들이 사업비를 어떻게 쓰는지도 얼추 다 알거든요. 정말 필요한 곳에 썼는지, 아닌지요. 공연한다고해서 가보면 분명 오케스트라라고 했는데 악기들은 허술하고 처음에 기획한 그림과 동떨어진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는 거예요. 저도 경력이 짧은 편은 아닌지라 그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다 아는데, 이곳에서는 정말 그렇게 하면 절대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뇌리에 박혔죠. 그래서 저도 또 참여하시는 분들도 만족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서 했던 것들이 지금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대표님이 생활하시는 문화예술교육의 '거점'은 어떤 것인가요?
    저는 일단 거점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져도 좋겠다는 생각했어요. 문화예술교육에서 무엇인가를 정의하고 또 그것을 통해 어떤 아젠다를 형성하는 과정들이 결국에는 특정한 서사 속에서 무엇을 꼭 만들어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강요가 포함되어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나 생활문화예술의 시선에서 본다면 사실 우리가 하는 모든 자연스러움 안에 예술이 녹아들어 있잖아요. 그러니 예술인이 아닌 사람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또 기획자가 아닌 사람도 없고요. 오늘 아침일어나 어떤 옷을 입을지, 아침 식탁에 어떤 음식을 올릴지를 생각하는 그 과정과 행위 자체가 예술적인 것이라 볼 수 있으니까요. 정의되지 않은 것들로부터 자연스럽게 가는 것이 어쩌면 진짜 문화예술교육이 아닐까 생각하고, 거점이 필요하다면 이런 지향점을 가진 단체나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것이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와 비슷한 결로 저희가 하는 예술동사무소라는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지금은 지역에서 동사무소라는 말 대신 행정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이곳이 결국 동네의 어려운 일을 질문하고 커넥터의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문화예술교육에서 단순히 무언가를 만드는 것보다도 이 안에서 이루어지는 과정들을 소통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지대가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게 저희가 해낼 수 있는 부분이고, 문화예술 교육은 이런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고민한 결과였고요. 제 식대로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현재의 문화예술 교육은 조금 '뽕'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아요. 조금 더 사람들 곁으로 내려와 이 '뽕'을 빼내는 작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실제 예술동사무소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기오면 뭐 대단한 것을 하는 것은 아닌데도 재미있고 즐겁다고 하시거든요. 



 
Q. 그렇다면 앞선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 어떤 부분에 특히 집중하시는 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예술에 관심이 있는 주변 사람들을 계속 영입해서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작지만 무엇인가를 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우리가 적은 돈으로 이룰 수 있는 문화행위 같아요. 하지만 기존 단체, 예술가들은 보통 잘 안 하려고 하죠. 가족 중심으로 진행되는 곳들도 많고, 청년과 협업을 해도 그들을 성장시켜 파트너로 함께 가려는 생각까지는 못하시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저희는 주민들이 한명 한명 이곳의 운영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제 주변의 사람들과 끊임없이 협업하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요. 그래서 문화예술교육 거점 사업에서 인건비에 관련한 이야기를 정말 오랫동안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작년부터 행정 인력에 한해서는 서류가 간소화 되어서, 지금 저희 업무도 대학생 친구가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와서 관리해 주고 있어요. 고마운 일이죠. 저희 SNS를 관리해 주는 친구도 함께 활동하면서 이것저것 배우더니 문화예술경영대학원을 가겠다고 지금 면접을 앞두고 있거든요. 그렇게 자꾸 사람을 키워나가는 것이 지금 예술가나 예술 단체들이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Q.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셨는데, 특히 폐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공작 플러스 활동에서 큰 주제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억나는 프로그램 사례가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충북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꿈다락이 저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여러 아이들과 함께 했지만 저희 아이들도 같이 참여한 프로그램이었거든요. 물론 말을 안 들어서 힘들었던 요주의 인물이기는 했지만요. 그때 기획이 폐차를 가지고 와서 이 폐자원으로 아이들이 자유로운 노작 활동을 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처음 기획할 때는 우리나라에서 폐차를 하나 구하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시작했어요. 번호판이 없는 차니까 폐차장에서는 함부로 반출시켜 주지 않고, 행정 기관도 승인해주지 않아서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서약서를 쓰고,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준 다음 그 폐차를 6개월 정도 빌려왔었어요. 또 그 과정에도 저희가 하는 일이 정크아트라 다른 재료들은 고물상에서 주로 구하는데, 거의 모든 고물상이 카드를 받지 않아 사업비 집행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또 고물을 주우러 다니고, 학생들 부모님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은 보내주시기도 해서 프로젝트를 끝까지 마칠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12명으로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재미있으니까 자기 친구들을 막 데리고 오기 시작하더니 끝날 때는 28명으로 마감했던 기억이 있어요. 저는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너무나도 쉽게 버리는 행위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이를 경계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금 동네 분들과도 다시 재사용되지 않는 공병들을 모아서 프로그램을 하고 있고, 환경을 생각하는 이슈가 중심 가치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지금은 제가 요청하지 않아도 주민들이 오가며 병이 보이면 잘 수집해서 세척하고 저희에게 가져다주세요. 감사한 일이에요. 



 
Q.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교육에 몸담으시면서 또 다르게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저희 공간에서 무엇이라도 참여하고 즐거움을 얻어간 사람들이 이것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그런 삶의 태도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 본인들이 만든 작품을 나눔 하는 도깨비 장터를 기획해서 실행해 본 것이거든요. 비록 전문가들이 만들어 세련되지는 않더라도 이런 경험 자체가 일상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서 재미있게 참여했어요. 이것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대부분 무료가 많으니까 너무나도 만연하게 무조건 무료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야겠다는 생각과 닿아있기도 해요. 본인이 경험한 이 문화예술교육이 자원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