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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담은 가구 공예와 문화를 잇다

2022-12-02

문화 문화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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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담은 가구 공예와 문화를 잇다
'가구 디자이너 유용범'

    유용범 작가는 전통 목가구를 아크릴 소재로 재해석한 아크퍼이처(Acr-funiture)를 선보이며 지난 한 해 서울리빙디자인페어와 파리 메종 오브제(Maison&Objet)등 국내외 전시회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가구 디자이너'라는 한마디로 그를 수식하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그의 활동 영역이 패션, 광고, 기획, 사진, 디자인 등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아크퍼니처는 폭넓은 경험에서 비롯된 결과물인 동시에 새로운 시도의 출발점이다. 



 


축적된 경험과 생각 아크퍼니처가 되다
    유용범 작가는 대학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하고 산업미술로 석사를, 문화예술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함께 공부한 동기 대부분은 교수가 되거나 대기업에 디자이너로 입사 했지만, 그는 남들과 달리 전에 없던 길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며 40년 가까운 시간을 걸어왔다.
    “본격적인 사회생활은 그 당시 처음 시도되었던 패션브랜드 기업에서 시작했습니다. 산업디자인 작품을 만든 경험으로 패션디자인도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고, 실제로 옷을 만들며 재미도 느꼈죠. 그후 홍보 마케팅과 광고 쪽으로 방향을 틀어 다양한 시도를 하며 영역을 넓혀 갔습니다. 돌이켜보면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현하는 과정을 즐겨 왔어요. 문화예술적으로 여러 분야가 새롭게 등장하던 시기였고, 기술적으로도 아날로그부터 디지털까지 변화하는 과정을 모두 거쳐온 덕에 그런 기회를 많이 누릴 수 있었죠.”
    패션계에서 쌓아온 경험은 신선하고 파격적인 패션쇼 기획부터 슈퍼모델 선발대회라는 새로운 방송프로그램 기획으로까지 이어졌다. 그후 각종 지역문화 행사와 축제, 박물관 등 분야 간 융합이 필요한 문화콘텐츠 기획자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중 국내외에서 선보였던 한복쇼와 남이섬 관광문화콘텐츠 기획은 그가 일찌감치 K-컬처의 의미와 가치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다.

 
左) 아크퍼니처 1단 2칸 사방탁자(Black)와 1단 1칸 사방탁자(Blue), 아크릴과 스틸. 
국내에서는 무채색이, 해외에서는 컬러풀한 디자인이 선호도가 높다 (사진. 예술공공)
右) 아크퍼니처 1단 1칸(Orange), 아크릴과 스틸. 아크퍼니처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햇살 아래 있을 때이다. (사진. 예술공공)


    “남이섬은 <겨울연가>라는 한 편의 드라마가 얼마나 커다란 문화적 자산이 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공간입니다. 한적한 유원지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떠오른 남이섬의 성공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한류의 잠재력을 확인하게 됐죠. 한복쇼를 기획하면서는 박물관을 런웨이(Run Way)로 꾸미거나 사극 드라마 영상 활용 등을 시도해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공간과 소품, 스토리텔링 같은 여러 가지 문화 요소가 합쳐질 때 콘텐츠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운 시간이었죠.” 
    유용범 작가가 한국 전통문화에 애정과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캐나다 로열온타리오박물관에서 열었던 한복쇼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곳 교민들이 ‘한국적’인 문화자산을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감동이었다. 언젠가는 가장 한국적인 전통 콘텐츠를 가장 현대적이고 세계적인 작품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당시의 다짐이 오랜 시간을 지나 아크퍼니처로 실현되었다. 아크퍼니처의 전통적인 형태가 한국문화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라면, 전에 없던 물성에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가 유용범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 
가구를 넘어 문화로 K-컬처의 빛을 담다
    아크퍼니처는 한국 전통가구의 고전적 미감과 아크릴 소재의 밝고 경쾌한 감각이라는 두 축으로 설명될 수 있다. 유용범 작가는 오랫동안 집 안 한쪽 구석에 놓여 있던 고 가구를 가볍고 화사한 가구로 바꿔 볼까라고 생각했고 그 순간, 마침 쏟아져 들어온 햇살에 길게 드리워진 사방 탁자의 그림자를 보고 아크퍼니처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빛을 머금은 사방탁자의 실루엣을 보면서 오랜 시간 막연히 품어 왔던 작품을 만들어 낼 때가 왔다고 느꼈습니다. 그런 만큼 빛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소재를 찾는 데 집중했고, 다채로운 변주가 가능하면서도 견고한 아크릴을 선택했죠.” 

 
일반 기업부터 대학 강당, 무대와 전시장까지 어떤 자리에 서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온 유용범 작가. 
현 한국문화콘텐츠 창작협동조합 이사장으로 가로수길 문화거리 활성화 사업 등의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유용범 작가는 스스로 디자인한 가구에 ‘아크릴’과 ‘퍼니처’를 결합한 ‘아크퍼니처’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만큼 그의 작품에서 ‘아크릴’이라는 소재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의미이다. 머릿속 이미지를 기술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아크퍼니처는 선명한 색감, 투명과 불투명, 유광과 무광 등 아크릴 소재 특유의 풍부한 표현력으로 국내외 전시회와 인테리어업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는 전통가구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모던한 공간에도 어울릴 수 있게 풀어낸 디자인에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한국적인 클래식과 빈티지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MZ세대의 인테리어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었죠. 해외에서는 한국 전통가구를 한눈에 알아보진 못했겠지만, 우아한 형태와 밝은 색감의 조화가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원래는 해외 전시회에 몇 번 더 참가할 생각이었다가 다음 전시회 계획을 취소했을 정도로, 세계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에 충분한 반응이었습니다.” 

 
左) 국립극장 무대에서 '굿거리춤-즉 흥무' 소품으로 사용된 아크퍼니처. 유용범 작가가 추구하는 컬래버 레이션의 첫 사례이다. (사진. 예술공공)
右) 아크퍼니처 소반, 아크릴. 상판에 레이어드 아크릴을 사용해 에지(Edge)에 포인트를 준 것이 특징이다. (사진. 예술공공)


    아크퍼니처의 가능성을 확인한 유용범 작가의 시선은 다시 단일한 공예작품으로서 가구 너머를 향해 있다. 아크퍼니처로 공간에 한국적인 색깔을 부여하며 전통부터 현대까지 K-컬처를 더욱 빛나게 할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