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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낙(樂)이 필요할 때 신명 나는 음악으로 통(通)한다

2022-09-30

문화 문화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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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낙(樂)이 필요할 때 신명 나는 음악으로 통(通)한다
'퓨전 국악 그룹 악단광칠'

    마을에 큰 굿판이 벌어지면 온 동네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들었다. 빠른 템포로 감정을 고조하는 음악과 화려한 퍼포먼스의 향연. 그 안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슬픔을 털어내고, 더불어 새로운 희망으로 부풀어 올랐다. 물리적·시간적 경계 너머에 잠들어 있던 이북 지역의 굿 음악을 현재의 무대에 되살려 낸 악단광칠의 공연은 그 옛날 큰 굿판의 풍경에 닿아 있다. 통쾌한 카타르시스와 유쾌한 엔터테인먼트로 하나 되는 소통의 장, 그 중심은 음악이다. 



 


경계를 넘나드는 전통음악의 즐거운 변주
    우리 선조는 예로부터 가무를 즐겼다. 하지만 무엇 하나 풍족하지 않던 시절, 오로지 즐기기 위한 음악이나 공연은 무척이나 드물었다. 그래서 농사를 지을 때는 노동요와 농악으로 흥을 돋웠고, 공동체의 복을 빌 때는 무가(巫歌)로 한마음이 되었다. 광복 70주년이 되는 2015년에 만들어져 ‘광칠’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악단광칠의 음악은 무가, 그중에서도 이북 서도 지역의 굿 음악(이하 ‘서도 굿 음악’)과 민요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금, 피리, 아쟁, 가야금, 타악기 등 한국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6명의 연주자와 3명의 싱어가 함께 만들어 내는 촘촘한 사운드는 악단광칠만의 강렬한 색깔로 꽉 차 있다. 대금 연주자이자 단장인 김악대는 악단광칠을 ‘굿 음악이 가진 아름다운 힘으로 현대의 관객과 소통하는 악단’이라고 소개한다. 
    “시작은 국악의 현대화를 모색하는 정가악회였어요.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틀을 깨는 시도로 새롭고 즐거운 음악을 해 보자는 뜻을 모아 악단광칠을 만들었죠. 서도 굿 음악을 기반으로 삼은 이유는 국악 중에서도 흔히 듣기 힘든, 독특한 색깔을 가진 음악이기 때문이에요.”

 
左) 1집 『악단광칠』          右) 지난 6월 북미투어 중 뉴욕 링컨센터 공연 (사진. Korean Cultural Center New York)


    같은 무속 음악이라도 서도 굿 음악에는 그곳만의 유난한 특징이 있다. 강한 쇳소리의 단순한 장단 위에 드라마틱하고도 카리스마 넘치는 표현을 쌓아 가는데, 정형화된 구조를 만들어 따르기보다 즉흥적 성격이 두드러진다. 대대로 이어지는 세습무보다 신내림을 받는 강신무 전통이 강한 것이 그 배경이다. 단순함, 묵직함, 감성을 두드리는 직관이 어우러진 서도 굿 음악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 악단광칠 1집에 수록된 「영정거리」다. 유튜브에서 140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악단광칠을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곡으로, 강하고 단순한 리듬에 신명이 더해진 중독성 있는 매력으로 국내외 팬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지금까지 정규 앨범은 두 번 냈는데, 1집은 첫 시도인 만큼 서도 굿 음악을 현재의 무대에 맞게 ‘가져오는’ 데 집중했어요. 「영정거리」도 그런 곡이고요. 2집 『인생 꽃 같네』는 전통음악의 틀 안에 우리 시대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시도한 앨범이에요. 지치고 우울한 요즘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음악을 하고 싶었죠.”
    각자의 악기와 목소리가 표현할 음악과 가사를 맡아 공동작업으로 곡을 만드는 악단광칠 멤버들은 전통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대적인 매력을 채우는 시도가 악단광칠의 정체성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그들만의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1집과는 다른 2집이 나왔듯, 다음에 나올 음악은 또 다르면서도 악단광칠다운 호소력으로 대중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것이라 믿는다. 

 
左) 1악단광칠 2집  『인생 꽃 같네』 (사진. Ricardo Cavolo)   右) 지난 7월 유럽투어 중 에스토니아 빌리안디 포크 뮤직 페스티벌 공연 (사진. mikkmihke)


오늘의 삶을 밝히는 오래된 음악의 힘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시도가 담긴 악단광칠의 음악은 앨범이나 음원으로도 들을 수 있지만, 그들의 진짜 매력은 공연장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난다. 굿판에서 영감을 얻은 독특한 의상에 서도 굿 음악 특유의 즉흥적이고도 극적인 연주가 더해진 화려한 퍼포먼스는 축제와 같은 흥겨움으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혹 한국 전통음악이 낯설어 머뭇거리는 이들에게는 무대 전면에서 노래하는 3명의 멤버가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 준다. 특히 해외 관객의 반응이 뜨거워 올해만 해도 북미·유럽·월드투어로 이어지는 숨가쁜 공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2019년 월드뮤직엑스포 WOMEX19에 참여한 후로 해외 공연 요청이 쇄도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 됐어요. 그때 못한 공연을 지난해부터 열심히 다니고 있죠. 공연이란 게 늘 그렇지만, 해외 공연은 특히 돌발 상황이 많아 더 매력이 있어요. 이동이 많다 보니 악기가 늦게 도착하거나 아예 잃어버린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그럴 때 생기는 빈 공간이 관객의 박수와 함성으로 채워지던 순간은 절대 잊을 수 없죠.”

 
월드투어 출국을 앞두고 최종 점검을 위해 연습실에 모인 악단광칠 멤버들


    싱어 홍옥은 과거에서 현재로, 한국에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악단광칠 음악의 힘을 전통 굿 음악이 지닌 대중적이고도 주술적인 성격에서 찾는다. “옛날부터 큰 굿은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했어요. 온 마을 사람이 다 모여들어 몇 시간이고 한마음이 되어 굿판을 지켜봤죠. 어떤 슬픔도 괴로움도 극한의 희열로 승화하며 사람들의 이목과 기운을 집중시킨 거예요.” 
    그래서 악단광칠은 자신들의 음악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마음의 짐을 털어내고 행복해할 힘을 주는 즐거운 음악이 되길 바란다. 또한 그런 그들의 음악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그들 자신의 삶도 행복해지길 바란다. 그렇게 전통의 리듬으로 현대인의 마음을 두드리는 음악을 계속 시도할 수 있다면 더 의미 있는 음악으로 더 많은 이들과 더 깊이 소통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