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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아이를 키우는 스물아홉, 서른 살의 청년 부부

2022-08-02

문화 문화놀이터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6살 아이를 키우는 스물아홉, 서른 살의 청년 부부
'유지원/강재성 부부 인터뷰'

    박연숙님은 영동에서 '가졔예술촌'을 운영하며 연국배우이자 기획가, 문화예술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딸과 사위인 유지원, 강재성 부부는 영동 학산면에서 해솔이를 키우며 블루베리와 다래 농사를 짓고 있다.  
    영동 읍내에서 내가 사는 자계마을로 들어오려면 지나게 되는 마을 중에 학산면 범화리 상시마을이 있다. 지난겨울 이 마을에 주민 풍물패가 만들어졌는데, 한 가족, 3대가 풍물패에 함께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을과 지역의 건강한 공동체 살리기에 뜻을 펼치고 있는 활동가 부부와 그들의 딸, 사위 그리고 손자까지 늘 열심히 연습에 참여하고 신명들이 대단하다고. 

 

유지원, 강재성 부부, 영동군 학산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어머나! 그 집 딸네 가족이 이 시골에 살아요? 뭐해 먹고산데요?” 
    그렇게 시작된 해솔네 가족에 대한 관심은 우리의 만남으로 이어졌고 그 시간은 놀라움과 대견함, 안타까움, 진하게 통하는 공감의 웃음으로 채워졌다.
    친구를 너무나 만나고 싶지만, 친구가 될 수 있는 또래 청년들의 귀농, 귀촌을 권하는 데는 망설여지는 그들의 솔직한 속내가 어쩌면 내 맘과 그렇게 똑 닮았는지!
    농부로 살며, 농촌 사회의 전반적인 어려움에도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농촌에 살며 연극을 하는 내게도, 결국 우리 공동체의 문제로 다가온다. 
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충북 영동군 학산면 범화리에 사는 유지원, 강재성, 강해솔 한 식구예요. 저희집은 농사를 짓고 있고요. 주로 생강과 다래를 하고 있어요. 



 
농촌에서 살기로 결심한 이유는
    일단은 직업이 우선이었어요. 저희는 틀에 맞춰 주어진 일, 내가 성과를 내어도 남의 일을 해주고 받는 월급, 매번 같은 일상. 꽉 막힌 도시가 싫었어요. 물론 도시에서도 자영업을 할 수는 있었겠지만 요즘 저희 같은 청년이 벌어놓은 돈이 어디 있겠어요. 다 빚지고 시작하는 건데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대박을 크게 치지 않는 한평생 빚만 갚고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한 거예요. 물론 농사도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큰 땅을 임대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요. 게다가 체력도 많이 쓰기 때문에 몸이 많이 망가지는 일이 허다하죠. 그래도 농사를 택한 이유 중 첫 번째는 저희는 토지 임대비용이 비싸지 않은 곳을 찾을 수 있었어요. 두 번째는 스스로 선택해서 연구·개발을 하는 온전한 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요. 세 번째는 때에 맞춰 잘 준비한다면 그만큼 일을 줄일 수 있어 시간적 여유가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소중한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이 자연과 마을 공동체라고 생각해서 부모님이 있는 이곳으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힘든 점이 있을 것 같아요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부모님 따라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우리 스스로의 준비가 없이 무작정 들어와서 하다 보니 고생이 따라올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에게 맞는 작물이 어떤 건지, 작물의 생태, 토양 등을 제대로 모르고 시작해 첫해는 고구마 농사를 지었는데 수익은 나지 않고 결과적으로는 몸만 아프고 고생은 고생대로 했었죠. 
또 다들 알다시피 농촌에는 20대, 30대를 찾기가 어려워요. 그중에 농사짓는 사람은 더욱 찾기가 힘들죠. 저희 골짜기에서도 30대 농사꾼은 저희뿐이에요. 처음엔 주변에서 애기가 농사짓는다고들 하셨어요. 그래도 지금은 젊은 애들이 농사 물려받는다고 다들 부모님을 부러워하세요. 하지만 역시 친구가 가까이 없다는 점은 늘 아쉬워요. 또 농촌에 아이들도 없다 보니 저희 아이도 친구가 가까이 없어서 힘들어요. 서로 돌봐주고 공동육아 하는 게 쉽지 않아 속상하죠.
    그래도 열심히 하다 보니 저희 땅이 생기고 저희 밭도 생겼거든요. 지금은 겨울에 준비하고 봄엔 많이 바쁘지만, 여름이 되면 여유가 생기는 그 주기가 좋아요. 다른 사람들이 회사에서 일할 때 저희는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저 느긋하게 있기도 하고 아이랑 어린이집 자체 휴일 하면서 연극이나 영화도 보고 또 박물관도 가고 운동도 하면서 여유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블루베리가 이렇게 예쁠 일인가, 직접 농사지은 작물을 따먹으며 인터뷰를 이어간다


도시에 살고 있는 또래의 청년들에게 농촌에서 삶을 권하고 싶나요?
    농촌 생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내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좋다고 주변에 이야기해요. 다만, 절대 준비 없이는 들어오지 말라고 해요.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했다면 땅과 작물선택, 판로 등에 대해서 꼼꼼하게 준비하고 알아보고 들어오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죠. 요즘은 유튜브에 정보도 많고 실제 농사지으면서 귀농에 관해 멘토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 있으니 어느 정도의 정보를 얻고 계획을 짜서 들어온다면 좋다고 봐요.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들어오면 농촌에서도 빚만 늘어나서 가겠죠. 자본과 계획이 없다면 솔직히 들어오는 것을 권하지 않아요. 
요즈음 관심을 가지는 일들이 있나요?
    세 가지 정도 고민하고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는 이슈가 있어요. 첫 번째는 아이 문제에요. 농촌에서는 인구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아이들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두지 않아요. 그래서 연령에 맞는 적절한 교육이 어려운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교육문제로 고생을 많이 해요. 저희 아이가 2년 뒤면 초등학교를 들어가는데 홈스쿨링을 생각해 볼 정도로 학교 교육의 중심이 우리 가족의 생각과 많이 달라요. 학습에만 관심이 크고 아이들의 관계 형성에는 큰 중점을 두지 않는다고 봐요. 그래서 교육과 친구 관계에 모두에 관심을 두고 다양하게 방법을 찾고 있어요.
    두 번째는 청년 농사꾼들이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에요. 저희는 부모님이 뒷받침을 해주셔서 그나마 농업 판로나 땅을 임대하는 게 수월했어요. 그러나 뒷받침이 없는 청년들은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어야 들어올 수 있는데 그런 정책들이 거의 없어요. 농민들의 숫자는 줄고 그중에 청년 농부의 수는 아이들의 숫자보다 적은 극소수에요. 그래도 지켜야 하는 농업, 농촌이라면 정부에서 마땅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와 관련된 정부 정책의 이슈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고요.
    세 번째는 전 세계적으로 농업 위기상황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에요. 저희 농사꾼들은 날씨에 민감해야 해요. 그런데 날이 갈수록 기후위기로 인해 가뭄과 홍수가 심해지고 있어요. 그리고 올해는 특히 전쟁으로 세계적 식량 위기까지 왔고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농사꾼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고 국가에서도 이들의 생활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와 관련된 이슈를 꾸준히 찾아보고 토론하고 있어요. 자체적으로는 앞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그런 농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나와 가족, 이웃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해요. 그에 대한 대책을 조금씩 준비하고 있고요. 

 
부부와 농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충북문화재단이 마을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한다면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을까요?
    짧은 이벤트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꾸준히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해요. 만들기, 악기, 연극, 그림 등등이요. 고령의 마을 어르신들에게도 적합한 프로그램이 기획되어 그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전 세대가 마을 공동체 안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말이죠. 
‘청년’ 이란 말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예전에는 ‘청년’ 하면 공부하고 대학교 졸업하고 하고 싶은 것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는 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가장 힘든 시기를 살고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취업하는 데도 힘들고 안정적으로 무언가를 하기에 현실적인 벽이 너무 높아 기회조차 오지 않을 때도 많죠. 만약 무엇인가를 도전해 본다면 빚 없이는 할 수 없는데, 빚을 진다고 해도 평생을 갚아야 하는 구조이다 보니 자유롭기가 힘들죠. 지금 시대에서는 가장 힘든 시기라고 생각해요.  
    "내리쬐는 태양처럼 뜨거운 그들의 열정이 같은 뜻을 가진 청년들의 유입과 지역의 관심, 정부 정책의 뒷받침으로  오래도록 타오르길 진심으로 바란다.  상쇠 할아버지 따라 꽹과리도 곧잘 친다는 해솔이가 자라는 미래가 불안하지 않고 외롭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