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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하고 개성있는 느린밥집 이야기

2017-07-27

맛집 흥덕구


참신하고 개성있는 느린밥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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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천동은 청주시민들에게는 아마도 고인쇄 박물관이나 백제유물 전시관을 떠올리는 고즈넉한 동네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고즈넉한 운천동의 골목길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젊은이들을 통해 일명 ‘운리단길’이라는 골목길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운리단길’은 서울의 ‘경리단길’과 같은 길의 이름을 표방한 것이다. 경리단길은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2동에 위치한 지명으로 국군재정관리단 정문에서부터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과 주변 골목길을 이른다. 2012년 국군 재정 관리단으로 통합된 육군중앙경리단이 있었던 곳에서 길 이름이 유래됐다. 근처에 미군 부대가 위치해 있어 외국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공간이었던 이곳은 다양한 종류와 개성을 가진 식당과 카페 등이 들어서면서 서울의 주요 관광 코스가 되고 있다. 서울의 경리단길이나 홍대 인근, 서촌 등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에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나 공방, 갤러리 등이 들어서면서 입소문을 타고 유동인구가 늘어났다. 하지만 이처럼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자본이 유입되어 대형 프렌차이즈 점포가 입점하는 등 대규모 상업지구로 변모하였고, 결국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기존의 소규모 상인들이 떠나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는 현상도 나타나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고즈넉하고 유동인구가 적어 임대료가 저렴한 운천동의 골목길이 초창기의 경리단길처럼 이제 막 ‘운리단길’을 형성하고 있다. 국숫집, 카페, 화실, 밥집 등 다양한 종류의 업종으로 젊은이들이 운천동 골목길을 개성 있는 골목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느루 밥집>은 운리단길을 형성하고 있는 개성 있는 밥집 중의 하나로 일단 밥집의 이름이 독특하다. ‘느루’는 주인장이 키우고 있는 고양이의 이름이기도 하며, ‘한꺼번에 몰아치지 않고 시간을 길게 늦추어 잡아서.’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는 부사어이다. 식량이 귀했던 옛날 사람들은 보릿고개에 이르러 적은 양의 곡식으로 새 보리가 날 때까지 연명해야 했다. 이 때 양식을 조금씩 소비하면서 다른 때보다 더 오래 먹어야 하는데, 그것을 ‘느루 먹다’라고 하기도 했다. <느루 밥집>은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간판을 달고 있지만, 문 앞에 키우고 있는 작은 식물들과 창가에 붙어있는 다육 식물이 느루 밥집의 존재를 알려준다. 창가에 붙은 새끼 손가락정도의 크기인 다육 식물은  ‘너라면 할 수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등 격려의 말이 쓰인 화분에 담겨 새 생명을 틔우고 있다. 느루 밥집의 신선함과 개성을 잘 표현하는 인테리어다. <느루 밥집>은 그리 크지 않은 내부 공간과 4인용 식탁 2개, 2인용 식탁 1개로 구성되어 있어 많은 인원을 수용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방문 전에 전화로 확인 후 방문하는 것이 기다리지 않는 좋은 방법이다. <느루 밥집>은 퓨전 한식집이다. 메뉴는 삼겹살 정식(12,000원), 버터갈릭 새우덮밥(11,000원), 샌드위치(8,000원), 느루 정식이 전부다. 느루 정식은 정해져 있는 메뉴가 아니라 방문할 때마다 바뀔 수도 있다. <느루 밥집>을 방문했던 금요일의 느루 정식은 치즈 함박스테이크(10,500원)가 느루 정식이었다.



    모짜렐라 치즈를 품은 함박스테이크는 주문 시 굽기 시작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이 느루 밥집의 영어 이름처럼 ‘slowly bobjip’ 인 것이다. 이곳의 대표메뉴인 삼겹살 정식은 작은 화로위에 얹어진 삼겹살구이와 밥, 국, 야채 쌈, 쌈장, 파채, 몇 가지의 반찬, 과일이 나온다. 삼겹살은 구워져 나오기 때문에 삼겹살 구이의 냄새가 옷에 배거나 삼겹살을 구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작은 화로는 구워진 삼겹살을 식지 않고 따뜻하게 유지하며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다. 때문에 느루 밥집은 데이트 하는 연인이나 여자들끼리 와서 먹기에 좋을 밥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문했던 날, 우리가 밥을 먹고 나설 때 한 젊은 부부는 어린 아기를 안고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새로운 밥집의 문화를 체험하게 해드리는 부부의 모습도 보았다. 이런 모습으로 보았을 때 이제 운천동의 ‘운리단길’은 참신하고 개성 있는 모습의 상점들이 형성 될 것을 기대하며 그 곳은 남녀노소 없이 새로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